[스포티비뉴스=사직, 박정현 기자] 혹사와 투혼 그 중간쯤을 오갔다. 6이닝 122구 1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나균안(25·롯데 자이언츠)의 얘기다.
나균안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경기 초반부터 나균안은 NC 타선에 고전했다. 매 이닝 안타를 맞아 주자를 내보냈다. 실점도 있었다. 1회초 2사 2루에서 제이슨 마틴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0-1로 선취점을 헌납했다. 2회초 1사 1,3루에서는 김주원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2가 됐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은 나균안은 버티고 버텼다. 5회초 무사 1,3루에서 박건우에게 유격수 땅볼을 내줬고, 그사이 3루주자 손아섭에게 득점을 내줘 0-3까지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
5회초까지 이미 104구를 던진 나균안이었지만, 롯데 벤치는 6회초에도 나균안을 내보냈다. 초반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았지만, 이후 손아섭과 박민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이 시점에서 롯데 불펜에는 최영환과 김진욱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롯데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은 물론 김현욱 투수코치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결국, 반드시 나균안이 막아야했고, 박건우에게 커터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최종 성적은 6이닝 122구 1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3실점. 한계 투구수를 넘어 122구를 던져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종전 115개-6일 울산 삼성 라이온즈전)를 기록했다. 투혼을 넘어 어쩌면 혹사로도 보일 수 있었다.
우선 나균안이 122구를 던질 동안 마운드를 지켜야 할 의미가 있었느냐는 것이 중요했다. 이날 나균안은 시작부터 NC 타선에 공략당해 11피안타를 내줬기에 더욱 의문이 가득했다. 좋은 컨디션과 뛰어난 구위를 보였고, 상대가 이에 잘 대응했다고 하더라도 11피안타를 맞았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에이스로서 잘 버텨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언제 대량 실점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또 나균안이 한순간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5회초까지 104구를 던졌기에 불펜에도 대기 선수들이 제 타이밍에 몸을 풀고 있었다. 물론 지난 주말 더블헤더를 포함해 4연전을 치러 지칠 법도 했지만, 하루 전(11일) 휴식을 취했다. 점점 지켜가는 선발 투수와 준비를 마친 비교적 쌩쌩한 불펜 투수 등 많은 정황이 교체를 향하고 있었지만, 이 감독대행에 눈에는 나균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우리는 내일이 없다.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등) 수치와 확률을 따져야 한다. 1%의 확률이라도 끝까지 한다. 오늘과 내일 계속 승리하다 보면, 확률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상대팀을 보는 것보다는 지금 하는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 말처럼 포스트시즌 진출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지는 그날까지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프로의 의무가 맞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 선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책무다.
일요일(17일)까지 경기가 계속되는 롯데 일정상 나균안은 122구를 던진 4일 뒤 대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나서야 한다. 혹사와 투혼 그 중간쯤에 걸쳐있는 나균안의 투구를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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