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을 발견한 배지환이 빠른 발로 도루를 하고 있다.
일단 살아서 나간 타자라면 그 다음 목표는 주루다. ‘발야구’를 앞세운 코리안 빅리거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과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뒤흔든 날이었다.
배지환은 자신의 빠른 발을 살려 2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홈경기에서 2루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3도루로 빅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 때 1할대까지 타율이 떨어지며 부진 장기화를 우려했던 배지환이지만 전날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3안타 경기를 만들어내며 시즌 타율을 0.254(71타수 18안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배지환이 돋보인 것은 안타를 치고 출루한 이후부터였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려낸 배지환은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했다. 후속 타자들의 희생 번트와 안타에 힘입어 선취점을 올린 배지환은 보다 자신감있게 달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6회와 7회에도 안타로 출루한 배지환은 어김없이 도루를 한차례씩 더 성공시키며 안타 이후에는 무조건 도루까지 챙기는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배지환의 활약 덕에 팀도 8대1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스프린트 스피드 초당 29피트(약 8.83m)를 기록하며 MLB 상위 10% 안에 드는 빠른 발이라는 평가가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어느덧 시즌 10도루로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13개·애틀랜타)에 이어 전체 2위까지 오른 배지환은 앞으로 출루율만 올린다면 도루왕 타이틀에도 도전해볼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석에서 1루까지 단 3.65초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만큼 일단 출루만 하면 투수와 내야수들을 머리아프게 만들기 충분한 실력이다.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는 김하성
그동안 배지환과 마찬가지로 낮은 타율로 고민하던 김하성 역시 모처럼 이름값을 다했다. 김하성은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밀워키전(4타수 2안타) 이후 열흘 만에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하성은 빅리그 200안타 고지(현 201안타)에 올라섰고, 시즌 타율도 0.197에서 0.215(79타수 17안타)로 올렸다.
끈질긴 모습이 돋보였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된 김하성은 4회 2사 후 들어선 두번째 타석에서 상대 투수 드류 스마일리가 던지는 패스트볼을 계속해서 커트해내는 집중력을 보여줬고, 무려 13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할 수 있었다. 이어 김하성은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올 시즌 2번째이자, 통산 20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몸이 풀린 김하성은 수비에서도 위기를 넘겨내는 결정적인 캐치를 선보이며 제 역할을 다 했고, 7회와 9회에는 연이어 안타를 생산해내며 승리에도 공헌했다. 김하성이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적시타를 때려내는 상황이 7회와 9회 모두 나왔다. 김하성은 9회 도루 하나를 더 추가했고, 팀도 5대3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분명 아직 타격에서는 두 선수 모두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발이라는 또 다른 무기를 이용해서 수비 시에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고, 공격할 때는 도루로 상대를 흔들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사제공 매일경제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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