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홈런왕·22세 164㎞ 투수… 日, 세대교체로 세계 제패
사무라이, 승리의 포효 - 일본 야구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운데 16번)와 마키 슈고(가운데 3번)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대2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이날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7전 전승으로 2006 및 2009 대회 이후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AFP 연합뉴스
일본 야구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을까. 바로 지금이다. 일본 야구 대표팀이 2023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대회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22일 미국과 벌인 WBC 결승전에서 3대2 승리를 거두고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일본은 초대 2006 및 2009 WBC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야구 강국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3 WBC에서 3위에 머무르자 이를 ‘실패’로 규정하고 대대적 세대교체와 변화에 나섰다. 그 결과 탄탄한 저변과 기본기를 중시하는 일본 야구 고유 특성과 맞물려 막강한 ‘사무라이 재팬(Samurai Japan·일본 야구 대표팀 애칭)’이 만들어졌다.
일본은 2013년 WBC에서 3연패(連霸)에 실패한 뒤 대표팀 경기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이후 ‘일본 대표 마케팅 위원회’라는 조직을 창설해 일본야구협회와 함께 연령별 대표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이름도 붙여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나아가 전담 감독을 선임하고, 일본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대표팀을 소집해 함께 훈련하며 멕시코, 대만, 프랑스 등 국가 대표팀은 물론이고 프로팀과도 평가전을 치렀다. 2023 WBC를 앞두고 일본은 작년 11월 호주와 두 차례 평가전을 실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주축 선수들은 이때부터 호흡하며 손발을 맞췄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일본은 10년 전에 실패를 하고 그동안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서 “이번 WBC에서 그 준비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일본고교야구연맹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일본엔 현재 고교 야구팀이 3857개 있다. 한국(88개)의 40배가 넘는다. 그만큼 야구 저변이 넓고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양상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일본 고교 야구팀 중 우리처럼 엘리트 야구를 하는 곳만 200여 개”라면서 “이들이 고시엔(일본 최고 권위 고교 야구 전국 대회) 같은 대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실력을 쌓으니 계속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에 역대 대회 최연소(27.3세) 대표팀을 꾸리며 세대교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성기인 20대와 30대 초반 선수들이 중심이 돼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선 이마나가 쇼타(30)는 대회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고, 지난 시즌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23)와 오카모토 가즈마(27)는 결정적인 순간에 대포를 날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마무리 투수로 나서 우승 쐐기를 박은 대회 MVP(최우수 선수) 오타니 쇼헤이(29)는 투타(投打)에서 전천후 역할을 했다. 사사키 로키(22)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5) 등 젊은 투수들도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투구로 마운드에 힘을 더했다. 2009 WBC 당시 대표팀 투수코치를 지낸 양 감독은 “일본은 2009 WBC 우승 전력보다도 발전된 팀을 구성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선 기술이나 학업에서 기본기를 익히고 닦는 일명 ‘슈교(修業)’ 정신을 중시하는데, 이러한 장인 정신이 여전히 통용되는 분야가 바로 야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해 국가 전통으로 자리 잡은 일본 프로야구를 대하는 선수와 지도자들 마음가짐부터 다른 셈이다. 양 감독은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일본 국민들 감정에 깊이 파고 들어가 있다”면서 “단순한 스포츠나 생업이 아닌 그 이상으로 접근해 야구에 대한 사랑의 뿌리가 남다르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본 일본 투수들 투구 폼은 우리가 일본 야구를 부러워하기 시작한 40년 전과 변함이 없다. 그만큼 기본기가 강조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인식 전 야구 대표팀 감독도 “일본 야구엔 ‘혼(魂)’이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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