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인고의 시간을 거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솃을 위주로 한 야수진의 리빌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토론토는 2020년부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과감하게 돈을 쓰며 전력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젊은 야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해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였다.
그간 팀에 존재하지 않았던 '에이스' 자리를 채워 넣기 위해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과 4년 총액 8000만 달러, 당시로서는 토론토 구단 역사상 투수 최고액을 쏟아 부은 게 대표적이다. 이어 젊은 야수들을 이끌 '대장'으로 베테랑 외야수 조지 스프링어(6년 1억5000만 달러)을 지목한 뒤 구단 역사상 FA 최고액을 썼다.
토론토의 투자는 이후 호세 베리오스와 연장 계약(7년 1억3100만 달러), 케빈 가우스먼(5년 1억1000만 달러)의 영입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뿐만 아니라 기쿠치 유세이, 크리스 배싯 등 베테랑 투수들을 FA 시장에서 영입했고, 타선에서도 위트 메리필드, 브랜든 벨트, 케빈 키어마이어, 달튼 바쇼 등을 트레이드로 채워넣어 완전체 전력을 구축했다.
그런 토론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 후보로 뽑혔다. 선발 로테이션은 지구 최강으로 뽑히기도 했다. 타선의 힘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시즌 시작 전에는 "올해는 뭔가 일을 내보겠다"는 구단과 선수단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에 매진하고 있었던 류현진(36‧토론토)도 그런 흐름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류현진은 지난 2월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인터뷰에서 팀의 가을야구 및 우승 전선에 대해 "항상 이 시기에는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다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다"면서 "우리도 월드시리즈 우승, 일단 가을 야구 진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내부에서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토론토의 목표는 좌절될 위기다. 12일(한국시간)부터 15일까지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텍사스와 4연전에서 모두 지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였다. 타선이 힘을 쓰지 못한 반면, 마운드는 리그 정상급 타선을 자랑하는 텍사스 타선에 녹아 내렸다.
너무나도 뼈아픈, 충격의 4연패였다. 볼티모어와 탬파베이가 이미 90승을 넘기며 치고 나간 상황에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은 어려웠다. 그렇다면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살아남아야 할 토론토였다.
일단 볼티모어나 탬파베이 중 하나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내려온다. 그리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다투는 세 팀(휴스턴‧텍사스‧시애틀) 중 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직행하고, 나머지 두 팀과 토론토를 포함해 세 팀이 두 자리를 다투는 그림이었다.
4연전 돌입 전까지 토론토는 텍사스와 와일드카드 레이스 3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거의 같은 위치에서 시작했다. 이번 시리즈 승자가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높일 판이었다. 그런데 텍사스가 4연승을 거두며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다.
토론토로서는 투타 모두 할 말이 없는 시리즈였다. 4연전에서 뽑아낸 점수의 합계는 단 9점이었다. 12일에는 4-10, 13일에는 3-6, 14일에는 0-10, 15일에는 2-9로 졌다. 타자들이 일을 안 했다. 마운드도 선발 투수들의 부진이 도드라렸다. 13일 등판한 류현진만 6이닝 3실점으로 유일하게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12일에 나선 크리스 배싯은 5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5실점, 14일에 나선 기쿠치 유세이는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6실점, 그리고 15일에는 믿었던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마저 4⅔이닝 6피안타(2피홈런) 4실점으로 무너졌다. 어떻게 보면 6이닝 3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이 굉장히 잘 던진 셈이 됐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도 별다른 위안거리가 아니다.
15일 현재 와일드카드 레이스는 탬파베이가 압도적인 1위다. 볼티모어든 탬파베이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2위를 차지하는 팀이 와일드카드 1위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다툼도 안개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일단 현시점에서는 텍사스가 2위, 시애틀이 3위다. 토론토는 2위 텍사스에 2.5경기, 3위 시애틀에 1.5경기 뒤져 있다.
이제 토론토가 자력으로 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이 희박해지고 있다. 토론토는 최선을 다해 달리고, 다른 팀들이 못하길 바라야 한다. 류현진도 이제 남은 등판이 몇 차례 없다. 토론토의 구세주는 류현진 말고도 더 필요하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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