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잦은 외유와 함께 유럽파에만 집중한다는 비판 여론에 사면초가가 된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이를 해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대한축구협회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다만 대부분이 자신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쪽인 것으로 해석돼 논란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클린스만은 정면돌파하겠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부임 때 약속했던 '한국 상주' 대신 재택근무 및 해외 출장에 많은 비중을 두며 국내파 선수들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하며,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ESPN, AS와 간담회를 진행할 때처럼 뒤에 한국 대표팀과 토트넘 머플러를 배경으로 깔아놓은 그는 자신의 지금 태도와 철학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나는 활동적인 사람"…한국 거주 안 하는 것도 과장됐다?
클린스만은 최근 한국에 거의 상주하지 않는다는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그는 "K리그를 관전하는 동시에 월드컵 예선 조추첨 이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논의를 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왔고, 개인적인 일정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 예전부터 자선사업을 같이하시는 분과의 일정이 있어 일주일 가량 다녀왔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계약하기 이전에 잡혀있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최근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2023/24시즌 개막전을 보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향했는데 그 전에 아일랜드에서 사람들과 사진 촬영을 한 것 등이 SNS에 떠돌아 큰 화제가 됐다.
클린스만은 이어 한국 팬들 대다수가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머물며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점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이어 "나는 좀 더 큰 그림에서, 더 국제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원격'으로 해온 업무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일랜드에 간 일정에 맞추어 손흥민 토트넘 개막전을 관전하러 영국 런던에 갔고, 거기서 브렌트퍼드 (수비수)김지수를 만날 기회도 생겨 대화를 나눴다. 이후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유럽으로 건너가 UEFA 회의에 참석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을 지켜본 후 A매치 소집 직전에 유럽파 선수들을 살펴볼 예정이다"이라며 또다시 해외 일정에 대해 언급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8월 한국 귀국론을 일축하고 다음 홈 A매치가 열리는 10월에서야 한국에 오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한국 상주에 대해서도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내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오는 오해, 또는 이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언론 혹은 여론 탓을 하면서도 "'왜 클린스만은 한국에 없지? 왜 이 경기를 보러 안 오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궁금해하고, 또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에 대해 누구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질문을 충분히 던질 수 있다"라고 자신에 대한 여론의 생각을 일정 부분 이해한다는 뜻도 전했다.
클린스만은 나아가 "난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기장이든 어디든 더 많은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후반기에는 계속 경기가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리거를 직접 살펴보지 않고 유럽파를 선호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클린스만은 "가능한 K리그의 많은 경기를 지켜봤고, 차두리와 마이클 김 코치도 보고 있다. 스트링가라, 쾨프케 코치도 직접 관전했다"고 일축했다.
더불어 "(인터뷰가 진행된 8월 17일 기준으로) 이번 주엔 헤어초크 수석코치가 K리그를 관전할 예정이다. 또한 K리그뿐만 아니라 U리그와 고등리그 오산고교 경기도 봤다. 연령별 대표팀도 지켜보면서 한국축구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으며 대표팀 풀에 누구를 넣을지 파악하고 있다"라며 한국 내에서의 활동도 강조했다.
◆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직전 황선홍호 합류
또 다른 화두는 이강인의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여부다. 축구계에 따르면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감독은 9월 A매치 기간에 이강인을 소집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춰보고 싶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원칙대로 A매치 차출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에서 정리 작업에 나서 이번 만큼은 이강인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대두됐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이강인의 차출에 대해 정리가 된 모습이다. 그는 "(이강인과 관련해서는) 파리 생제르맹(PSG) 구단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강인 측에서 영리하게도 계약서에 아시안게임 차출 시 구단이 응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고 들었다. (아시안게임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9월 A매치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에 소집한 뒤 아시안게임에 합류한다. 9월 A매치에 웨일스, 사우디 경기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로서 수준 높은 경기를 소화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가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강인에게는 최종 목표는 중국에 가서 큰 사고(금메달 획득)를 치고 오라고 했다"며 웃었다. 결국 이강인을 A매치 기간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반면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이강인이 최근 훈련을 같이 소화한 적이 없어 대회 직전인 이번 만큼은 그의 차출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나아가 클린스만은 "이강인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A매치를 치른 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도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관련 조항을 넣지 않은 선수들인데 구단 입장에서는 차출에 응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기에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우려 한다"라며 박규현(드레스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클린스만은 "박규현은 황선홍 감독이 일찍 소집을 원하면 (보내줄) 생각은 하고 있다. 박규현과 관련해 소속팀 드레스덴과 전화 통화를 많이 했다. 하지만 유럽 구단은 아시안게임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랬기에 배움의 과정이 있었고, 지금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드레스덴 입장에서는 박규현이 6월 A매치에 뽑혔고 이후 아시안게임과 A매치, 아시안컵까지 가게 되면 10경기 이상 선수를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구단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다. 그래서 나도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을 인지해 유럽 구단에 설명하면서 황 감독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도움이 되도록 뒤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자신이 오히려 유럽파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차출에 조력자임을 역설했다.
클린스만은 또 "나도 아시안게임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있다. 군 문제가 걸려있기에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대회라는 걸 많은 분이 지속적으로 설명해 줘 알게 됐다.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되면 개인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했고,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 손흥민-김민재 활약 직접 지켜본 클린스만 "자랑스럽다"
클린스만은 아일랜드 출장 당시 이웃 나라 잉글랜드도 방문했다. 그는 지난 13일 브렌트퍼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퍼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프리미어리그 개막 라운드를 방문해 주장 완장을 달고 첫 경기를 치른 손흥민의 활약을 지켜봤다.
클린스만은 1994/95시즌과 1997/98시즌에 토트넘에서 뛰었다. 활약한 시간은 짧지만, 강등권에서 팀을 구해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겨 토트넘의 '레전드'로 인정받는다. 이번 온라인 간담회에서도 배경에 토트넘 레전드 머플러를 뒤에 전시해 자신의 과거 행적을 한 번 더 강조했다.
클린스만은 "토트넘 같은 빅클럽에서 주장이 된 것은 손흥민 개인에게 아주 큰 성과일 것"이라면서 "손흥민이 해온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민재가 새 둥지를 튼 뮌헨도 클린스만 감독이 두 시즌을 뛴 클럽이다. 그는 13일 라이프치히와 슈퍼컵(0-3 패)을 통해 뮌헨 데뷔전을 치렀고 19일엔 베르더 브레멘과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도 선발 출장하며 팀의 4-0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안 한다. 세계 최고의 구단에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입단했다"며 굳은 믿음을 보였다.
이어 "손흥민과 김민재는 한국 축구의 얼굴이다. 한국 축구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앰배서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선수들에게 (해외 진출과 관련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으라고 말한다"면서 "결국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곳은 소속 구단이다. 선수들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논란의 베트남전, 중동 아시안컵…클린스만호 향후 일정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10월에나 한국에 올 뜻을 밝힌 클린스만은 미국에서 거주하다가 9월 A매치에 맞춰 영국으로 건너간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9월8일 영국 카디프에서 웨일스 대표팀과 클린스만 취임 뒤 첫 유럽 국가와의 A매치를 원정으로 소화하며, 12일엔 영국 뉴캐슬에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두 번째 A매치를 치른다.
10월엔 국내에서 평가전을 예정하고 있다. 10월13일 아프리카 튀니지와 홈에서 경기를 하며 10월18일경 동남아시아 베트남을 한국으로 불러 홈 A매치를 치른다. 귀중한 A매치 일정을 동남아 국가와 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클린스만은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밀집 수비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 이번 A매치가 필수적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11월부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시작한다. 11월16일엔 홈에서 2차예선 첫 경기를 벌이는데 1차예선 싱가포르-괌 승자와 격돌한다. 이어 11월 21일엔 '소림축구' 중국과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는 2022 카타르 아시안컵 일젇을 1월에 소화한다. 내년 1월15일 바레인전, 20일 요르단전, 25일 말레이시아전을 치르며, 성적에 따라 토너먼트에 올라 16강부터 결승까지 소화한다. 다시 내년 3월 태국과 월드컵 2차예선 홈앤드어웨이 경기를 한 뒤 6월에 싱가포르(혹은 괌)와의 원정 경기, 중국과의 홈 경기를 한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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