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 똑같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굳이 비교하면 문동주(20)는 토끼이고 김서현(19)은 거북이다. 유망주의 육성 철학이 확고한 한화 최원호 감독은 17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 모든 유망주가 토끼처럼 껑충껑충 앞으로 치고 나가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문동주는 데뷔 2년차에 5선발을 넘어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21경기서 8승7패 평균자책점 3.38. 투구내용, 임팩트를 보면 3선발 이상이다. 18일 대전 KT전서도 5이닝 6피안타 2탈삼진 3볼넷 4실점(3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가 예년과 달리 최하위에서 벗어난 건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까지 1~3선발이 나름 안정적인 게 결정적이다. 이제 한화 마운드에 없으면 안 되는 전력이 된 것이다. 150km 후반의 패스트볼에 변화구의 안정성, 경기운영능력이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진다는 최 감독의 설명이 있었다. 여전히 제구 기복이 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지도 않는다.
반면 김서현은 선발투수 데뷔전 직후 다시 2군으로 갔다. 17일 창원 NC전서 2이닝 3피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했다. 스트라이크(20개)보다 볼(24)이 많을 정도로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다. 2회에 급격히 제구 난조를 겪었다.
한화는 김서현도 선발투수로 육성할 계획이다. 빠른 공을 던지는 스리쿼터라 불펜, 마무리로 매력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제구가 안 좋은 선수가 짧은 이닝을 던지면서 (제구 난조를)해결하긴 어렵다”라고 했다.
최 감독은 17일 경기를 앞두고 어떤 투수든 스트라이크를 넣는 능력이 떨어지면 1군에서 쓰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단 이게 돼야 커맨드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말은 일리 있다. 어쨌든 1군은 결과를 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문동주의 경우 커맨드는 종종 흔들리지만 스트라이크를 넣는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서현은 아직 스트라이크를 꾸준히 넣는 부분부터 검증이 되지 않았다. 커맨드의 불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다.
김서현은 이미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을 통해 투구 밸런스 교정에 힘써왔다. 팔 높이를 다르게 해 여러 폼으로 던지는 걸 일찌감치 금지시켰다. 자신의 매커닉에서 가장 높은 타점으로 던지도록 주문했으나, 1군에서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최 감독이 조급하지는 않는다. 김서현은 여전히 19세의 유망주일 뿐이다. 갈 길이 멀고, 다듬을 시간은 충분하다. 단지 토끼가 아닐 뿐이다. “모든 투수가 다 똑같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라고 했다. 모든 신인이 문동주처럼 쑥쑥 자라면 다 문동주가 되고, 안우진(키움)을 바라볼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속도보다 방향이다. 한화는 김서현 육성에 확고한 방향성을 세웠다. 그리고 이행하고 있다. 문동주보다 성장의 속도가 좀 느릴 뿐이다. 이제 1년차이니 조바심을 낼 이유가 전혀 없다. 합계 39세 160km 토종 원투펀치는 한화 팬들에겐 참 설레는 수식어인데, 꿈과 현실은 다르다.
내년 입단을 사실상 확정한 좌완 황준서(장충고)는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말하는 아마추어 최고 유망주들도 일단 프로에 와서 프로의 육성시스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원호 감독은 2군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일체 자신이 지시하지 않고 철저히 맡긴다. 1군 콜업도 철저히 보고에 맞춰 결정한다. 자신이 2군 감독 시절 그랬고, 이젠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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