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입단을 눈 앞에 둔 해리 케인이 기쁨이나 반가움보다는 무거운 마음은 전했다. 자신을 어릴 때부터 키워온 토트넘을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케인은 12일 독일 뮌헨에서의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며 독일 분데스리가를 최근 11연패 이룬 팀과 사인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독일 스카이스포츠에서 뮌헨을 담당하는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12일 오전 5시(한국시간) "케인이 메디컬테스트를 끝냈다"며 "케인은 9번이 새겨친 셔츠를 입게 된다"고 보도했다.
독일 빌트 역시 케인이 뮌헨 시내 바른헤이치거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며 뮌헨 오피셜이 눈 앞에 있음을 알렸다.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역시 "케인이 메디컬테스트를 마쳤다. 계약 발표가 남았다"고 했다.
케인과 그의 아내인 케이티 케인은 앞서 12일 오전 1시에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 오전 3시에 뮌헨 공항에 도착했다. 뮌헨은 토트넘이 케인 이적을 지난 10일 승인하자 다음 날인 11일 런던으로 그를 데리고 올 비행기를 보냈다. 중간에 토트넘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케인은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가는 차를 세우고 자택애서 대기하는 등 한 때 그의 이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흘렀으나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뮌헨은 케인 영입 발표는 12일 오후에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인은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뮌헨으로 가기에 앞서 자신의 심정을 살짝 내비쳤다. 영국에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는 채널 스카이스포츠와 공항 안에서 인터뷰에 응한 케인은 "무거운 마음과 복잡한 감정이다"면서도 "이번 이적을 거절하기는 너무 어려웠다"며 자신의 축구인생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알렸다.
케인이 전한 무거운 마음의 의미는 아마도 토트넘을 떠나는 것에 대한 여러 감정인 것으로 여겨진다.
케인은 이번 뮌헨행을 추진하면서 토트넘과의 아름다운 작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동생 찰리 케인이 에이전트로 나서고, 아내 케이티 케인이 뮌헨을 홀로 방문해 자녀들이 살 집과 학교를 알아보는 등 가족들이 행동으로 토트넘 구단을 압박했지만 케인은 조용했다.
오히려 토트넘 프리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주장 완장까치 차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2년 전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추진할 때 훈련에 다소 불성실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토트넘이 초반엔 케인과 재계약을 추진하며 그의 뮌헨행을 완강하게 거부했으나 케인은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지지부진하던 케인의 뮌헨 이적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으론 자신들이 원했던 금액을 뮌헨이 내놓자 계약 기간 1년 남은 케인을 이제는 보내는 게 맞나는 판단을 토트넘이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10일 "뮌헨이 케인을 두고 토트넘과 합의했다"라며 "1억 유로(약 145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뮌헨의 제안이 토트넘으로부터 수락됐고, 이제 케인이 이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이적이 최종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면서 그의 뮌헨 이적은 급물살을 탔다.
디애슬레틱은 11일엔 "케인은 뮌헨 입단에 동의했으며, 4년 계약을 제안받았다. 케인은 토트넘으로부터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이적을 완료하기 위한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케인까지 뮌헨행에 동의해 사실상 이적이 임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뮌헨은 그간 뮌헨은 케인을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이적 이후 최전방 공격수 부재로 인해 급격한 경기력 저하를 보였던 뮌헨은 케인을 데려와 차기 시즌 다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뮌헨은 무려 4번의 제안 끝에 토트넘을 설득했다.
1차 제안으로 7000만 유로(약 990억원)를 제시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한 뮌헨은 옵션이 추가된 8000만 유로(약 1145억원)로 상향된 2차 제안을 건넸지만 이마저도 토트넘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후 3차 제안을 위해서는 직접 런던까지 향했다. 다만 협상은 곧바로 합의까지 이뤄지지 못했고, 두 팀 간의 격차만 확인했다.
뮌헨이 1억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포함한 세 번째 제안을 건넸지만, 토트넘은 그 제안마저 거절하며 협상이 틀어지는 듯 보였다. 다만 뮌헨은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매체 '벨트'는 "뮌헨은 여전히 케인 이적 협상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소식에 따르면 뮌헨 수뇌부와 토트넘 경영진은 화요일 저녁부터 새로운 협상을 시작했다. 그들의 회의는 새벽까지 이어졌다"라며 뮌헨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도했다.
결국 토트넘은 케인이 재계약을 거절한 상황에서 무조건 그를 유지하는 결정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뮌헨이 네 번째로 건넨 제안을 수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뮌헨의 네 번째 제안은 무려 1억 파운드(약 1677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트에 따르면 1억 유로의 기본 이적료에 2000만 유로의 성과 이적료가 포함됐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간판 공격수를 뮌헨으로 보내는 만큼 그에 따른 막대한 이적료를 챙긴 셈이다.
뮌헨과 토트넘의 합의 이후 케인이 밟아야 하는 다음 단계는 메디컬 테스트였다. 케인의 동의 소식과 함께 그가 곧바로 뮌헨으로 향할 것이라는 소식이 잇달았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케인은 이적에 앞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허가를 토트넘에 받았다. 뮌헨은 오는 금요일 안에 케인 영입을 성사시킬 자신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 세부 사항만이 남았다"라며 케인이 메디컬 허락까지 받으며, 세부 사항 외에는 더 이상 협의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이들이 케인 이적에 확정에 주목하던 순간 토트넘이 태클을 걸었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은 11일 "우리 정보에 따르면 케인은 뮌헨 이적에 대해 '그린라이트'를 갖고 있어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영국 런던 공항으로 가는 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토트넘이 뮌헨과 다시 협상하기를 원해 이적을 방해하면서 케인의 비행 일정을 취소했다"라며 "케인은 이제 구단이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비행기에 타는 걸 허락해 줄 때까지 자동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라고 케인의 이적이 잠정 중단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진 소식에 따르면 토트넘은 추가적인 이적료와 세부 사항을 변경하기 위해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단 간의 협상까지 모두 마친 상태에서 케인의 출국을 막은 토트넘의 행보에 팬들은 답답함을 호소했고, 뮌헨도 케인 이적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뮌핸행 비행기는 취소된 상태였다.
영국 언론에선 토트넘이 보너스 옵션에 대한 추가 논의를 요구해 케인의 비행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취소된 그의 뮌헨행 비행기를 다시 한국시간 11일 오후 11시50분에 이륙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런던 교통체증으로 케인이 늦게 도착해 한시간 연착된 끝에 공항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빌트는 "토트넘은 이적 협상에서 케인이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날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그가 떠나는 것을 허용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이를 보도했다. 토트넘은 뮌헨과의 합의 사실이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라며 케인이 문제없이 뮌헨으로 향했음을 알렸다.
빌트 이외에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풋볼 런던 소속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와 영국 공영방송 BBC 소속 기자 사이먼 스톤 등도 토트넘이 케인의 뮌헨행을 여전히 허락한 상태라고 인정하면서 케인이 뮌헨에 도착할 수 있었고, 뮌헨 구단은 그가 오자마자 일사천리로 메디켤테스트를 완료했다.
토트넘 경영을 책임지는 다니엘 레비 회장이 토트넘 스타 선수의 이적에서 이런 변덕스러운 태도를 보이거나, 까탈스러운 면모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케인의 뮌헨행 비행기가 취소된 것도 거쳐가야하는 관례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도 2008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하기 위해 레비 회장과 협상한 이후 "엉덩이 수술보다 고통스럽다"라며 혀를 내둘렀으며, 토트넘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 루카 모드리치도 "레비 회장은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합의에 도달할 때마다 그는 자꾸 또 다른 것을 요구했다"라며 레비의 악명을 인정했다.
한편, 케인이 뮌헨에 오는 날 뮌헨과 토트넘 두 팀 감독들도 에이스의 이동이 사실임을 설명했다.
투헬 감독은 오는 13일(한국시간) 오전 3시45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일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RB라이프치히와의 2023/24시즌 DFL(독일축구리그)-슈퍼컵을 앞두고 11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투헬 감독은 "아마 케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나보다 기자들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케인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비밀이 아니지만 결정과 합의가 없는 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케인 영입에 대해 집중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아직 감독의 선수가 아니기에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혹시나 슈퍼컵 전에 케인 영입을 끝내지 못해 라이프치히전에서 케인을 기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 투헬 감독은 기존 선수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모든 선택지는 열려 있다. 현재 케인은 우리 선수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일은 현재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밀어주는 것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시간이 있다. 내일 또 다른 훈련이 있다"라고 전했다.
긍정적인 부정이었다. 특히 투헬은 큰 웃음으로 자신이 원하던 공격수가 훈련장 바로 앞까지 왔음을 암시했다. 투헬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첼시에 있을 때부터 케인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홋스퍼 신임 사령탑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케인의 이적에 대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오는 13일(한국시간) 오후 10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브렌트퍼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11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에이스이자 월드 클래스 공격수 케인에 대한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첫날에 케인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난 두 클럽이 동의만 한다면 케인이 떠날 것이라는 징후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케인 이적이 진행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는 게 현재 내가 가진 모든 정보이다. 이는 우리에게 약간의 명확성을 준다"라며 "거래가 임박했다. 약간 여유가 있지만 오늘 훈련하고 브렌트퍼드전을 준비할 때까지 우린 케인 없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케인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토트넘의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며, 그의 기록이 그의 지위를 말해준다"라며 "난 토트넘에 새로 왔지만 케인이 항상 이 클럽의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건 분명했다"라며 케인이 토트넘에서 세운 업적을 치켜세웠다. 케인의 이탈에 대해선 "우린 한동안 이를 계획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우리의 많은 작업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여전히 선수들의 이동이 있고, 이적시장은 아직 3주 정도 남아 있다. 이는 케인이 이적해서가 아니라 첫날부터 계획에 있던 것"이라고 전했다.
케인은 토트넘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리빙 레전드로 손색 없는 인물이다.
11살 때인 지난 2004년 토트넘 유스팀에 입단한 케인은 2011년 성인팀에 호출 받아 오늘날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 3골을 넣어 잠재력을 알린 케인은 2014/15시즌 34경기 21골을 폭발시켜 단숨에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섰다. 이후 오늘날까지 프리미어리그 통산 317경기 213골을 기록하며 리그 통산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까지 합치면 토트넘 한 팀에서만 435경기 280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현역 생활 내내 우승 트로피를 단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해 케인도 많은 고심을 했고 토트넘과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으면서 뮌헨이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자 이를 거절하지 않고 새출발을 선택했다.
케인은 이제 축구종가에서의 화려한 공격수 생활과 작별을 고하고 30살 넘어 트로피를 위해 분데스리가 뮌헨의 문턱을 넘으려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뮌헨 입단이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케인의 경기력엔 아무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케인은 올여름 톱클래스 공격수 답게 여유 있는 행보로 그라운드에서 박수를 받았다. 특히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홈구장에서 최종 리허설 격으로 치러진 지난 7일 우크라이나 명문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친선전에선 무려 4골을 폭발시키며 토트넘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이 경기는 케인이 팬들에게 많은 골을 선물하며 작별을 알리는 경기가 되고 말았다.
케인의 몸값은 역대 분데스리가 이적료 신기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 사상 최고 이적료는 2019년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뮌헨으로 온 수비수 뤼카 에르난데스로, 8000만 유로였다. 이어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뮌헨에 둥지를 튼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6700만 유로를 기록했다. 하지만 30살 케인이 옵션까지 포함하면 에르난데스 이적료의 50%를 초과하게 됐다.
사진=토트넘 SNS,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빌트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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