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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완투승이 없냐"…'110구 완투승' 원태인, 왜 정민태 코치 떠올렸나

조아라유 0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대구, 최민우 기자] "5년 동안 선발 투수하면서 완투승이 없냐."

삼성 라이온즈는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전에서 4-3으로 이겼다. 이날 선발 등판한 원태인(24)은 9이닝 동안 5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총 110구를 던지며 호투한 원태인은 데뷔 첫 완투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에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1회초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원태인은 한유섬에게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을 맞았다. 선취점을 SSG에 내줬지만, 원태인은 더 이상 득점을 헌납하지 않았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도 원태인의 피칭에 응답했다. 상대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호투에 막혔던 삼성. 그러나 6회말 김지찬의 좌전 안타, 이재현의 진루타로 만들어진 2사 2루 때 강민호가 1타점 우월 2루타를 날려 추격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8회말 윤정빈이 SSG 필승조 핵심 멤버인 노경은이 던진 초구 144km짜리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날렸다.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9회에도 마운드에 선 원태인. 최지훈에게 3루 내야 안타, 정준재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최정에게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에레디아는 3루 땅볼로 잡아냈으나 2,3루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홈런을 맞았던 한유섬을 상대하게 된 원태인은 이번에는 당하지 않았다. 패스트볼로 삼진을 솎아냈다.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원태인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포효했다.

자신의 역할을 다 마친 원태인. 더그아웃에서 마지막 공격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성규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조병현에게 솔로포를 날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속타자 김영웅은 2루수 김성현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했다. 류지혁은 바뀐 투수 이로운에게 번트를 대 김영웅을 2루로 보냈다. 끝내기 찬스를 잡은 삼성. 김지찬은 자동 고의4구로 출루했고 윤정빈도 볼넷을 골라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이재현 타석 때 폭투가 나왔다. 공이 뒤로 빠진 사이 3루 주자 김영웅이 홈을 밟았고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났다. 원태인도 그라운드에 뛰어 나와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를 마친 후 원태인은 "내 인상에 있어 최고의 경기였다. 오늘 경기는 나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어 "1회 한유섬에게 스리런을 맞아서 속상했다. 너무 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 들어가자마자 팀 동료들에게 '오늘 끝까지 간다'고 말을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었지만, 내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뻤다. 끝까지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웃었다.

 

▲원태인이 정대현 코치, 포수 강민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9회초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을 때 정대현 투수 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에 방문했다. 교체 의사는 없었다. 한 차례 타이밍을 끊어주기 위했던 것. 원태인은 "코치님이 올라오실 때 주심에게 공을 안 받고 그냥 내 쪽으로 오시더라. 사실 바꿀 것 같지 않았다. 내게 '여기까지 온 거 점수를 내줘도 네가 맞는 게 맞다'고 하셨다. '점수를 내줄 때까지 바꾸지 않겠다'고 하시더라. '열심히 던져봐'라는 말이 힘이 됐다. 코치님들도 나를 믿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홈런을 맞았던 한유섬에게 결정적인 순간 삼진을 잡아낸 원태인. "사실 3회때부터 체인지업 제구가 잘 되기 시작했다. 7회부터는 패스트볼 던질 때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어떤 공을 던져도 안 맞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위기 때 한유섬을 다시 만났는데, 강민호 포수가 올라오더라. 자동 고의 4구를 내자고 하는 줄 알았는데, 승부하자고 하더라. 1회 한유섬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또 승부를 하게 됐다. 이번에도 내가 지면 분할 것 같았다. 정말 전력을 다해 던졌다. 삼진으로 끝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완투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원태인은 "이성규가 홈런을 칠 때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생각을 했다. 질 수가 없는 경기라는 생각을 했다. 공이 날아가는 게 너무 예쁘더라. 만루 상황에서도 이재현을 믿었다. 앞선 타석에서는 이재현이 안타를 못 쳤지만, 승부욕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 와일드 피치가 나오면서 경기가 끝이 났다"면서 "완투패를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우리 타자들이 경기를 뒤집어줄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동료들을 추켜세웠다.

 

▲정민태 코치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함께 시즌을 준비했던 정민태 투수 코치와 나눴던 대화도 공개했다. 올해 삼성에 합류한 정민태 코치는 스프링캠프 때 원태인에게 "선발 투수를 5년을 했는데, 아직도 완투승이 없냐.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고. 정민태 코치는 현역 시절 완투승을 24차례 달성했고, 이중 9번 완봉승을 거뒀다. 원태인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데뷔시즌부터 선발진에 이름을 올렸고, 계속해서 성장곡선을 그리며 '푸른 피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금은 퓨처스팀 투수 코치를 맡고 있는 정민태 코치를 떠올린 원태인은 "내가 코치님께 '올해는 꼭 한 번 완투승을 하겠습니다'고 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코치님 생각이 많이 났다. '올해도 넌 완투나 완봉을 못할 것이다'고 장난을 치셨는데, 오늘 경기에서 해냈다"며 웃었다.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지난해 7승(7패)을 거둔 원태인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10승(5패)을 따냈다. 원태인은 "내가 다시 꼭 10승 투수로 올라서고 싶었는데, 완투승으로 10승을 거둬 너무 기쁘다. 최고의 경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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