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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빌런'된 야구계 금쪽이... 1심 실형 오재원 향한 씁쓸함

조아라유 0

[주장] 은퇴 후 논란 행보 이어가... 폐쇄적인 야구계 문화 반성해야

 

▲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1
ⓒ 연합뉴스


 
마약 상습투약 혐의를 받던 전 프로야구선수 오재원(39)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신성의약품 불법 처방)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재원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와 2400여만 원 추징금 부과를 명령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A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재원에 대해 "마약 동종 범죄로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받았음에도 수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장기간에 걸쳐 취급한 마약의 양이 많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자 범죄 은폐 의도로 지인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해 초기 수사를 방해하고, 피해자가 자수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폭행·협박을 저지르는 등 죄질과 수법이 불량하다"고 실형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이 사건 범행 전 보복 협박 혐의 외 나머지 부분은 자백하고 반성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이 지난 19일 결심공판에서 오재원에게 구형한 징역 5년보다 낮아진 형량이다.

제2의 오재원 방지하려면...
 
오재원은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만 선수로 활약하며 주전 내야수(2루수)이자 주장까지 역임한 원클럽맨이다. 프로 통산 성적은 157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4321타수 1152안타) 64홈런 521타점 28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12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3회 차지했으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의 대회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다. 특히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오열사'라는 애칭을 얻으며 한때 국민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재원은 다혈질적인 성격과 거친 언행으로 현역 시절부터 잦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상대 팀과 팬들의 입장에서 혐오감을 자아내는 비매너 행동을 자주 한다고 해서 '야구계 금쪽이', '우리혐'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강한 승부욕과 투쟁심, 좋은 팬서비스 등으로 '상대 팀일 때는 불편하지만, 우리 팀일 때는 든든한 선수'라는 평을 듣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공헌도를 인정받아 말년까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우받았고 영예로운 은퇴식까지 치렀다.


 

▲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대 경찰 야구단 연습경기에 참가한 오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은퇴 이후엔 시끄러웠다. 한 방송사의 야구 해설위원과 모델 활동 등으로 인생 2막에 나선 듯했던 오재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가 팬 미팅 논란 ▲대선배 박찬호를 향한 뜬금없는 비난 ▲소속팀 감독이었던 김태형 감독(현 롯데)을 향한 폄하 ▲지역 프로구단을 향한 조롱과 비하성 발언 ▲경기중 프로구단들의 사인 무단 노출 ▲삼성 투수 양창섭에 대한 빈볼 의혹 제기와 원색적인 비방 등으로 단기간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지난 3월 19일에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며 야구계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는 오재원이 그동안 야구계에서 일으킨 어떤 인성 논란이나 구설수와도 차원이 다른, '명백한 범죄이자 반사회적인 행위'였기 때문이다.
 
두산 구단은 오재원 논란이 불거진 뒤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구단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KBO 클린 베이스볼 센터에 신고했다. 관여된 선수들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두산은 "오재원이 2021년과 2022년 구단 소속 선수들에게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인정하며, 야구팬들과 KBO리그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오재원은 은퇴 이후인 2022년과 2023년 사이에도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마약을 보관하는가 하면, 공범인 A씨가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오재원은 그동안 마약 투약 혐의 등은 인정했지만, 보복 목적의 폭행과 협박 혐의만큼은 줄곧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진술내용이 일치되고, 사건 직후 오재원이 부인하기보다는 사과하는 취지로 보낸 대화 내용도 존재한다"며 오재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오씨가 멱살을 잡았다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피해자 면전에서 망치로 휴대폰을 부수는 행위만으로도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오재원은 '야구계 금쪽이'에서, 범죄까지 저지른 진짜 '빌런(Villain, 악당)'으로 전락했다. 한때 그의 플레이를 믿고 응원했던 야구팬들, 팀동료였던 야구계 선후배들보다 실망과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오재원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일부 지적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무엇이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는지, 폐쇄적인 야구계 문화 속에서 과연 소속구단과 KBO는 과연 이런 사태를 미연에 파악하고 방지할 수는 없었는지, 구조적인 문제들도 함께 짚고 넘어가야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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