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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선수 출신에서 우승 세터로 등극하기까지…명장이 선택한 남자, 지명 순위가 성공의 전부는 아니었다

조아라유 0

이준협을 기대하라.

필립 블랑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28일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대한항공과 결승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2006년 양산, 2008년 양산, 2010년 수원, 2013년 안산 대회에 이어 통산 5번째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11년 만에 컵대회 우승.



사진=KOVO 제공

 

 

전날 오후 7시에 열린 삼성화재와 준결승전에서 5세트 혈투를 펼치고,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결승전에 나섰으나 끝까지 물고 늘어진 끝에 대한항공을 제압했다.

한국에 온 후 첫 실전 대회에 나선 블랑 감독을 비롯해 새로운 삼각편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 덩 신펑(등록명 신펑) 그리고 MVP 이자 캡틴 허수봉의 활약이 빛났다.

그러나 이 선수의 활약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세터 이준협이다. 조별리그 1, 2차전은 주로 웜업존에 머물렀던 그는 대한항공과 예선 3차전부터 선발로서 코트를 지켰다. 그리고 준결승과 결승전까지 팀의 우승을 지휘하며 주전으로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현대캐피탈은 세터가 약점으로 뽑혔다. 195cm 장신 주전 세터 김명관이 군입대를 했다. 이현승과 이준협만 남았다. 경험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아무래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출신 이현승이 주전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블랑 감독의 결승전 선택은 이준협이었다.



사진=KOVO 제공

 

 

이준협은 중압감이 큰 경기다 보니 토스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으나 가장 중요한 4세트와 5세트에서는 공격수들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한 자신의 장점인 서브도 돋보였다. 그 결과 팀의 우승과 함께 대회 가장 빛났던 유망주에게 주는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했다.

이준협은 송림고 재학 시절 제53회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MVP를 수상할 정도로 세터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경기대 진학 후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뽐내지 못했고,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식 선수가 아닌 수련선수 지명으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수련선수 신분으로 프로에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준협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2022년 12월 정식 선수로 전환된 후 2022-23시즌 8경기(12세트) 출전, 2023-24시즌에는 18경기에 나섰다. 원포인트 서버로 최태웅 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서브로만 4점을 올렸다. 예리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긴장케했다.

최근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이준협은 “최대한 길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반짝인 선수 말고, 팬들의 머릿속에 길게 기억에 남고 싶다”라며 “수련선수 출신이 프로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해서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사진=KOVO 제공

 

 

수련선수 출신이지만 피나는 노력과 함께 현대캐피탈의 우승 일원이 된 이준협.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약을 기대해 보자.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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