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강인권 감독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척 | 스포츠서울DB |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강인권 감독, 나가라는데 왜 안 나가는 겁니까!”
NC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강인권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았음에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구단은 분위기 쇄신과 내년 시즌 준비를 내세웠지만 꺼림직한 점이 있다. 모기업 엔씨소프트(엔씨)의 감독 해임 ‘압력’ 정황이 포착된 탓이다.
지난달 21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서 엔씨 박병무 공동대표와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호텔 앞에서 우연히 만났다.
“다이노스도 담당하고 있다”고 인사를 건네자 홍 CFO는 대뜸 “그런데 강인권 감독은 나가라는데 왜 안 나가는 겁니까?”라고 물으며 “11연패인가 했던데, 대체 왜 안 나가고 버티는 건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반신반의(半信半疑)했지만 첫 만남이기도 해 “강 감독 같은 리더십도 없다”고 다독이는 것으로 어색(?)한 만남을 끝냈다.
NC 강인권 감독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고척 | 스포츠서울DB |
강 감독에 대한 홍 CFO의 신경질적인 평가는 불과 한 달 만에 현실이 됐다.
NC는 20일 창원 롯데전에 앞서 강인권 감독과 계약 해지 소식을 전하며 “NC는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 쇄신을 위해 5강 탈락이 확정됨과 함께 강인권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은 사령탑을 교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습관화되는 조직 문화를 지양하고자 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강 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이나 리더십의 계속성,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현장을 꾸준히 믿고 지원했으나 5강 탈락이 확정됨에 따라 분위기 쇄신을 통해 2025시즌 준비에 중점을 둘 시기라고 판단해 강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 사진 | 엔씨 |
게임스컴 당시로 돌아가보자. 홍 CFO가 야구단 감독 경질을 시사한 순간,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가 함께 있었다.
그런데 박 공동대표 역시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시즌 중 감독경질’ 이슈에 사실상 구단주격인 박 공동대표가 침묵했다는 건 동의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때문에 강 감독 경질은 그룹 수뇌부의 강한 의지였고, 늦어도 8월 중순에는 사실상 결론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할 당시 주주들의 구단 매각 압박에 “구단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다이노스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장 수장을 단 10경기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덜컥 도려냈다. 구단에 대한 엔씨의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설상가상 주축들의 부상 도미노 속 열악한 재정지원까지 이어져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을 감독 탓으로 전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NC 강인권 감독이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전에 앞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NC 다이노스 |
엔씨는 다이노스 창단 이래 선수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그룹이다. 고기 맛을 아는 선수에게 단식을 강요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신작 게임들의 잇단 흥행참패 책임을 야구단으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엔씨도 생각해봐야한다.
아울러 초대 사령탑이던 김경문(현 한화) 감독을 시작으로 이동욱 강인권 등 NC사령탑은 모두 불명예 퇴진하는 전통을 완성했다.
NC가 강 감독 경질소식을 알리며 “구단은 사령탑을 교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습관화되는 조직 문화를 지양하고자 했다”고 강변했다. 구단의 생각만으로는 그룹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읽힌다.
NC 강인권 감독이 잠살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LG와 경기 후 관중에 인사를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
어쨌든 ‘시즌 중 감독 해임’ 전통은 NC의 시그니처가 됐다. 국내 10개뿐인 프로야구 사령탑이므로 새 감독을 찾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희생양은 또 누가될까?
스포츠서울은 그 답을 엔씨소프트에서 내놓기 바란다. 구단의 독립성 강화 약속을 쉽게 어기는 행태라면, “매각하지 않겠다”는 약속파기도 어렵지 않아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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