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청두 룽청이 중국슈퍼리그 강호 상하이 선화를 꺾고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청두는 2일(한국시각) 중국 청두의 우랑예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상하이와의 2025년 중국슈퍼리그(1부) 10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27분에 터진 'K리그 출신' 호물로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선두 상하이 선화를 끌어내리고 선두를 탈환했다. 상하이 선화와 7승2무1패 승점 23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차에서 1골 앞서며 리그 사다리 맨 꼭대기에 올랐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에 따르면, 2018년 창단해 서 감독의 지휘하에 2022시즌 1부로 처음 승격해 4년째 1부를 누비는 청두가 슈퍼리그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후닷컴'은 '청두가 역사상 처음으로 슈퍼리그 1위를 차지한 건 청두의 막강한 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오늘 청두는 상하이 선화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라고 밝혔다. 상하이 선화는 러시아 대표팀과 루빈 카잔 등을 맡았던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이 이끌고 있다.
서 감독은 "오늘 경기는 '전쟁' 같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4월에 빡빡한 일정과 많은 원정 경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5월에는 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선수들은 약간 지쳐있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끈기있게 버티며 홈팬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선두에 오른 것에 대해 "아직 10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자만하거나 안주해선 안 된다. 겸손한 자세로 매 경기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라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Xinhua연합뉴스
청두는 지난 2024시즌,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슈퍼리그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선두 경쟁을 펼치며 첫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다.
청두는 지난 4라운드에서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산둥 타이산을 3대0으로 꺾었고, 지난 8라운드에선 '디펜딩 챔프' 상하이 상강을 3대1로 물리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최근 3연승 및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다.
서 감독은 '광주 출신' 센터백 티모, 중국의 떠오르는 국대 풀백 후허타오, 올해 청두에 합류한 중국 국가대표 베테랑 골키퍼 리우디안쥐오 등이 중심으로 수비진을 꾸려 리그 최소인 단 6골만을 헌납하는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광주 출신' 스트라이커 펠리페가 3골 2도움, '부산 출신' 플레이메이커 호물로가 2골로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호물로는 작년까지 상하이 상강에서 뛴 오스카(상파울루) 등과 비견될 정도로 중국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 감독은 2021년 청두 지휘봉을 잡아 1년만에 1부 승격을 이끈 서 감독은 2022년 5위, 2023년 4위를 이끌더니 지난해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중국 대륙에서 축구 열기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구 2천만 도시 청두에서 서정원이란 이름은 '뛰어난 감독'을 넘어 '도시 영웅'이다.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구단 내부는 고름으로 가득 찼다. 구단 수뇌부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서 감독과 상의없이 기존 통역관과 의무스태프 교체를 단행했다. 서 감독이 믿고 의지하던 스태프들이었다. 청두시는 시차원에서 청두를 '축구 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청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청두룽청은 훈련장 잔디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험이 부족한 의무스태프가 합류하고, 좋지 않은 잔디 상태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부상을 당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지난해부터 계속된 '돈 문제'가 여태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청두는 애초 서 감독과 계약을 맺을 때 'ACL 진출시 자동 3년 재계약과 보너스'를 약속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아직 구단으로부터 재계약과 보너스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새 시즌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연봉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초상권료 미지급으로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청두 선수를 관리하는 일부 국내 에이전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중개 수수료를 받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에이전트는 이미 FIFA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금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두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진행한 동계 전지훈련 중개료 잔금도 미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 서 감독과 김형일 하대성 등 한국인 코치진이 애를 쓰며 팀을 마침내 선두로 이끌었다. 서 감독은 2011년 광저우 헝다를 이끌고 슈퍼리그에서 우승한 이장수 전 감독에 이어 14년만에 중국을 제패하는 한국인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윤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