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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초보 감독 선택한 소노, 구시대적 리더십과 결별할 때

조아라유 0

[주장] 김태술 해설위원, 고양 소노 신임 감독으로... 28일 원주 DB전서 데뷔

▲  김태술 고양 소노 신임감독
ⓒ 연합뉴스


지도자의 선수 폭행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프로농구 고양 소노가 새 감독을 선임했다. 소노 구단은 24일 김태술 tvN SPORTS 해설위원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4년이다.

또한 김 감독과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와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찬희 코치도 새롭게 합류해 신임 감독을 보좌할 예정이다. 그의 사령탑 데뷔전은 오는 28일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원주 DB와의 경기다.

최고 유망주 출신의 감독 데뷔

김태술 신임감독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출신이다. 부산 동아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서울 SK 나이츠의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양희종, 정영삼, 함지훈, 이동준, 신명호 등 이후 프로농구를 풍미한 선수들을 대거 배출하며 '황금세대'로까지 불리우던 쟁쟁한 드래프트 동기들 중에서도 당당히 1순위를 차지했을 만큼 당대 최고의 유망주였다.

그는 입단 첫해인 2007-08 시즌 평균득점 10.7점, 7.3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당당히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당시 SK에서 붙여진 '매직키드'라는 닉네임은 이후로도 그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수식어가 됐다.

2년차엔 2008-09시즌을 마치고 그해 정규리그 MVP였던 주희정과 맞교환돼 안양 KGC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공익근무로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치고 복귀한 그는 2011-12시즌 양희종-오세근-이정현-박찬희 등과 함께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부를 꺾고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해 시즌 베스트 5에도 이름을 올리며 농구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필리핀과 이란을 꺾고 안방에서 12년만의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기여하며 한국농구의 마지막 황금기를 함께했다.

이후 전주 KCC-서울 삼성을 거쳐 2020-21시즌 원주 동부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프로무대에서는 총 12시즌을 활약하며 통산 520경기 평균 7.7점, 4.5어시스트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어시스트는 2335개(7위), 스틸은 720개(9위)FMF 기록했다.

현역 은퇴 이후에는 미디어로 진출해 농구 중계방송 해설과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약했고 간간이 예능에도 출연했다. 소노의 신임감독으로 선임되기 전까지는 올시즌 KBL 주관 방송사인 tvN SPORTS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해왔으며, KBL에서 재정위원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1984년생으로 현역 KBL 감독중 최연소이며,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1983년생)에 이어 역대 두번째 1980년대생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로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현대모비스 함지훈과 동갑내기다.

젊은 나이보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김 감독이 은퇴 후 프로무대에서 지도자 경력이 아직 일천하다는 사실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모교 연세대 농구부에서 임시 코치로 잠깐 일했던 것이 지도자 경력의 전부다.

전임 김승기 감독이 코치 시절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올리며 감독으로서 우승까지 두 번이나 경험한 베테랑이었기에, 이와는 정반대로 완전한 초보 감독을 데려온 고양 소노의 선택은,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모험이다.

준비할 시간 없이 실전 투입... 독 될까 득 될까

프로농구에서 코치 경험 없이 감독이 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전주 KCC의 지휘봉을 잡았던 허재, 2017년 창원 LG의 사령탑에 올랐던 현주엽 등이 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22년부터 코치 경험 없이 바로 감독직에 오른 바 있다.

허재는 감독으로서도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코치 경험 없이도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다만 첫 우승을 차지하며 자리를 잡기까지는 약 4년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한때 꼴찌까지 기록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반대로 현주엽은 '준비되지 않은 스타 출신 감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현주엽 시절 LG는 3년간 한 차례 4강진출을 기록했으나 나머지 두 시즌은 플레이오프에도 탈락하며 부진했다. 또한 현주엽은 전술 부재와 권위적인 리더십, 예능 출연 병행 등으로 엇갈린 반응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허재나 현주엽 같은 선배들과는 또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 허재는 KCC 재임기간 동안 용산고 인맥으로 대표되는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업었고, 현주엽은 LG에서 선수생활을 보내고 은퇴까지 한 간판스타 출신이었다.

반면 김 감독은 소노나 그 전신(오리온-데이원)과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고, 슈퍼스타나 허재나 현주엽처럼 현역시절 명성으로 선수들을 압도할만큼의 카리스마나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시즌 중에 갑자기 지휘봉을 잡게 돼 자신의 지도철학을 제대로 구상할 준비도 없이 바로 실전에 뛰어들게 됐다는 것도 부담이다.

한편으로 소노의 파격 선임은 '젊고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구단의 의지를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전임 김승기 전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우승도 경험하는 등 분명한 실적을 남긴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는 안양 정관장-고양 데이원과 소노 사령탑을 거치면서 다혈질적이고 감정적인 언행으로 숱한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결국 김 감독은 최근 소속팀 선수에 대한 폭행과 폭언을 저지른 것이 드러나며 불미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김승기 전 감독은 소노 감독직에서는 사퇴했지만, 아직 KBL 재정위원회의 징계와 피해자의 법적 대응 여부가 남아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두 번 다시 프로농구 지도자로 복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때 프로농구에서 명장으로 꼽힐 만한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도, 강압적인 권위와 폭력 등에 의존하는 낡은 리더십은 지금 현 시대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소노는 예상을 깨고 KBL에서 경력이 검증된 기성 감독이나 코치 대신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 김승기 전 감독의 폭행 사건이 처음 벌어진 지 약 2주도 되지 않아서 내려진 결정인 만큼, 소노의 후임 감독 선정이 얼마나 급박하게 진행되었는지 짐작케 한다. 한편으로 김태술 신임 감독이 김승기 전 감독의 징계 결정에 관여하는 KBL 재정위원이라는 점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모양새가 다소 이상하게 됐다.

KBL에서 제명된 데이원의 선수단을 인수해 프로농구 신생구단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소노는, 창단 1년 여간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이슈보다는 각종 사건사고로 더 주목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소노로서도 이 기회를 통해 구단의 이미지 쇄신을 통한 변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진 시점이다.

김 감독은 농구계에서 이미지가 좋은 호인으로 유명하다. 친화력이 좋은 성격에 대인관계도 원만하해 농구인생 내내 이렇다 할 구설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역 시절부터 명석한 두뇌에 논리적이고 재치있는 달변을 겸비해 언젠가 지도자나 해설가로도 충분히 대성할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예상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갑자기 프로 구단의 지휘봉을 잡을 기회를 얻게 됐다. 이것이 김 감독에게도, 소노에게도 과연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김 감독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KBL의 본격적인 감독 세대교체와, 낡고 권위적인 리더십에서 보다 '수평적인 형님 리더십'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돌아온 매직키드는 '준비된 감독'일까.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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