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배웅기 기자= 얀 베르통언(RSC 안데를레흐트)은 2020년 토트넘 핫스퍼를 떠날 당시 다니엘 레비 회장의 시계 선물과 함께 기념사진 한 장만을 남기고 8년 여정을 마무리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배경이 성대한 고별식을 열지 못한 이유이기는 하나 타 팀의 다른 선수들이 우승 메달 가득 안고 눈물 지으며 이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 게 사실이다.
손흥민(32·토트넘)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위기에 처했다.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여 년 동안 415경기 164골 84도움을 뽑아내며 명실상부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여름 비유럽 선수로는 최초로 팀의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프리미어리그 수위급 자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2021년 재계약을 체결한 손흥민의 계약기간은 어느덧 마지막 해에 접어들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보스만 룰에 의거해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변수는 있다. 토트넘은 임의로 발동할 수 있는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보유했다. 당초 양자간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손흥민의 인터뷰와 구단 스탠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
26일(이하 현지시간) 가라바흐 FK와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주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재계약 진척 과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손흥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재계약 대화를 아직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고, 10년 헌신한 만큼 앞으로도 토트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가 끝나고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토트넘이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평소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손흥민이 공식 석상에서 재계약 이야기를 꺼내자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옵션을 만지작거렸다. 속된 말로 간을 보다가 예기치 못한 반응이 나오니 부랴부랴 움직인 셈이다.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 또한 토트넘 운영진 의중을 분석했다. 매체는 28일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 혹은 2026년 결별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는 구단이 재계약을 망설인다는 증거"라며 이적시장 전문가 벤 제이콥스 기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제이콥스 기자에 따르면 토트넘은 30대에 접어든 손흥민과 재계약에 필사적이지 않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흥민의 에이징 커브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손흥민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재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직접 밝힌 이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24일 토트넘 팬들과 진행한 팬 포럼에 참석해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한 팬이 토트넘에서 은퇴할 것 같은지 묻자 "미래는 알 수 없다. 나는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팀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없다. 언젠가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고, 나를 레전드라고 불러주는 것을 듣고 싶다"며 다소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 핫스퍼
배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