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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치의 떨어지는 결정력을 어이할꼬… 페퍼 장소연 감독, 사령탑 데뷔 첫 승 실패

조아라유 0

첫 승이 이렇게도 어렵다.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장소연 감독이 공식 경기 첫 승을 또 한 번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1일 경상남도 통영의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2024 KOVO컵) 여자부 조별리그 A조 3경기 도로공사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1-3(25-22 19-25 23-25 25-27)로 패했다. 지난달 29일 현대건설과의 사령탑 데뷔전에서 2-3 석패했던 장 감독은 이날도 패하면서 감독으로서의 첫 승은 3일 GS칼텍스전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반면 지난달 29일 GS칼텍스와의 여자부 개막전에서 2-3으로 패했던 도로공사는 이날 페퍼저축은행을 제물로 이번 대회 첫 승을 거두며 4강 진출 희망을 살렸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현대건설전에서도 경기 내용은 오히려 앞서는 모습이었지만, 결과는 2-3 패배였다. 이에 대해 경기 전 장 감독은 “결국 승리를 위해선 승부처에서의 결정력이 높아야 한다. 우리 팀에서 승부처에서 결정지어줘야하는 선수는 자비치(크로아티아)다. 자치비가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 훈련 때도 좀 더 공격적인 배구로 외국인 선수다운 퍼포먼스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자비치는 지난 현대건설전에서는 모마 바소코(카메룬)과의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V리그 4년차의 현대건설 모마는 당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4점(공격 성공률 42.50%)을 몰아치며 20점(31.15%)에 그친 자비치를 압도했다.
 
자비치는 이날 1세트에는 맹위를 떨쳤다. 191cm의 큰 신장과 넘치는 파워로 1세트부터 고공강타로 페퍼저축은행의 공격을 이끌었다. 1세트에만 63.64%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7점을 몰아쳤다. 특히 24-22로 앞선 세트 포인트에서 니콜로바의 강서브에 페퍼저축은행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이를 박정아가 반대편의 자비치에게 이단연결한 오픈 상황을 깔끔한 강타로 도로공사 코트에 꽂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세트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갔던 페퍼저축은행은 세트 후반 들어 도로공사에게 추격을 허용했는데, 자비치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승부가 듀스까지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값진 득점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세트부터 도로공사 선수들의 끈질긴 수비에 공격 성공률은 뚝 떨어졌다. 2세트에는 4점에 공격 성공률이 28.57%로 떨어졌고, 자연스레 페퍼저축은행의 전체적인 경기력도 하락세로 접어들며 2세트를 내주고 승부는 1-1로 팽팽해졌다.
 
3세트에도 자비치의 공격력은 되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3세트에도 득점은 4개를 올리긴 했지만, 성공률은 너무나 저조했다. 세트 초반 상대 단신 미들 블로커(180cm)인 김현정에게 연거푸 공격이 막히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다운 해결 능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의 연결 작업이 다소 어수선했던 것도 있지만, 연결이 다소 좋지 않을 때는 상대 블로커의 움직임을 이용하거나 수비 빈 곳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연타 페인트도 상대 수비에게 읽히기 일쑤여서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공격 성공률은 떨어져만 갔다. 3세트 23-24에서 회심의 오픈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유니(카자흐스탄)에게 막히면서 페퍼저축은행은 3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세트를 내준 페퍼저축은행은 4세트에도 회복해내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1세트만 해도 유니의 리시브 불안과 메렐린 니콜로바(불가리아)의 공격 저조로 완패 분위기에 휩싸였던 도로공사를 구해낸 것은 ‘연봉퀸’ 강소휘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GS칼텍스에서 도로공사로 둥지를 옮긴 강소휘는 경기 내내 확률 높은 공격력과 준수한 리시브로 도로공사의 중심을 확 잡아줬다. 자신이 왜 보수상한선인 8억을 꾹꾹 눌러담아 받을 수 있는지를 증명한 한판이었다.

이날 강소휘는 상대 서버들의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도 21점을 몰아치며(공격 성공률 47.50%) 페퍼저축은행 박정아(15점, 25.00%)와의 토종 주포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비슷한 상황에서 도로공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강소휘의 활약이 컸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의 자비치는 23점을 몰아치긴 했으나 공격 성공률이 이번에도 33.33%로 저조하며 외국인 선수다운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4세트 25-26 듀스에서도 자비치의 공격이 막히면서 경기가 끝난 게 그의 떨어지는 결정력을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장위도 블로킹 3개, 서브득점 1개 포함 13점을 올렸지만, 현대건설전에 비해 코트 지배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도로공사는 강소휘 외에도 아시아쿼터 유니가 리시브 난조 속에서도 23점을 올리며 공격에서는 제 몫을 다 했고, 니콜로바도 21점을 올리며 오른쪽 공격은 책임져줬다.
 

통영=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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