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독일 언론이 연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향해 날을 세우자 전 소속팀 나폴리 팬들이 '김민재 복귀'를 간절히 외치고 있다.
뮌헨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시로에서 열린 인터밀란과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서 2-2로 비겼다. 앞서 열린 홈 1차전서 1-2로 패했던 뮌헨은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탈락했다.
후반 7분 해리 케인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13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에게 실점했고, 3분 뒤 뮌헨 출신 수비수 벵자맹 파바르에게 재차 실점했다. 뮌헨은 후반 31분 에릭 다이어의 골로 다시 추격을 시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경기 후 김민재의 수비 실수가 탈락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두 번의 실점 장면에서 김민재의 공중볼 처리가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일 유력지 빌트는 김민재의 실책을 조목조목 짚으며 “결정적 순간에 흔들린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중심에 있었다”고 단정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도 치명적인 실수로 뮌헨을 위기에 빠뜨렸던 선수”라고 못박았다.

또 다른 매체 SPOX는 아예 막말에 가까운 혹평을 내렸다.
매체는 “괴물에서 실수의 악마로. 김민재의 실수가 이제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이유”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민재를 정조준하면서 “김민재는 뮌헨의 실점 4골 중 3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김민재의 실수는 이 수준의 대회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심지어 “토마스 투헬도 김민재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며 “나폴리 시절 세계 최고 수비수였던 김민재는 이제 더 이상 주전급이 아니다”라고 일방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빌트나 SPOX의 비판은 겉만 보는 분석일 뿐, 실상을 외면하고 있다. 정작 김민재의 부진이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의 ‘혹사’에서 비롯됐다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김민재는 올 시즌 공식전 47경기 포함 총 55경기를 뛰었고, 뮌헨과 대표팀을 오가며 7만40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겨울 휴식기 이후 10주 동안 무려 20경기를 소화했으며 평균 휴식일은 겨우 3.7일이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김민재의 몸에 가해지는 부하가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김민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킬레스건 통증을 안고 뛰었고, 진통제 투혼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뮌헨은 수비진 관리에 실패했다. 이토 히로키, 다요 우파메카노가 줄줄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겨울 이적시장에서 보강은 없었다.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김민재에게 주어졌고, 이 무리한 기용이 누적된 피로와 부진으로 이어졌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지난 3월 이를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뮌헨이 김민재를 보호하지 않아 대표팀도 쓸 수 없었다”며 구단의 책임을 꼬집었다. 당시 대표팀은 중요한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도 김민재를 차출하지 못하고 휴식을 부여해야 했다.
결국 혹사의 후폭풍이 현실이 됐다. 집중력 저하와 체력 고갈로 실수가 잦아졌고,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8강이라는 큰 무대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언론은 그 과정을 외면한 채 결과만 지적했다. 김민재가 뮌헨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는 점은 언급조차 없었다.
독일에서 김민재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가운데 이를 본 전 소속팀 나폴리 팬들은 차라리 김민재가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 매체 스파치오나폴리는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실패했다. 나폴리는 그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며 "김민재와 뮌헨은 또 다른 나쁜 밤을 보냈다. 나폴리 팬들은 이러한 비판에 반응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김민재를 가장 먼저 비판한 건 실망스러운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 뮌헨 팬들이었다. 뮌헨 SNS에 올라온 댓글 중에는 김민재에 대한 비판이 다수 등장했다"면서 "하지만 나폴리 팬들의 생각은 상당히 달랐다. 특히 나폴리가 수비에서 긴급 상황에 직면한 최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스쿼드를 강화하기 위해 김민재를 즉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팬들은 "김민재는 매우 강력한 수비수다. 나라면 김민재를 다시 데려오겠다", "지금의 뮌헨에서는 누가 가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김민재의 나폴리 복귀를 간절히 바랐다.
나폴리 팬들이 김민재를 원하는 이유는 김민재가 나폴리를 33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이끈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 나폴리에 입단한 김민재는 그 시즌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되며 나폴리를 정상에 올렸다. 이 때 활약으로 '철기둥'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수비수 중에서는 발롱도르 최고 순위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를 기억하고 있는 나폴리 팬들이 김민재를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