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난항을 겪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기 집행부 인선이 마무리 됐다.
예상대로 현역 시절 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젊은 세대 빅네임'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55대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승부조작범 사면을 몰상식하게 추진하다가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임원들이 사표를 내자 상근부회장 직책을 신설,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전무이사 체제가 이번에 부활하면서 축구인이 해당 직무를 맡게 됐다. 해당 업무엔 35년간 대전 코레일에서 선수, 지도자로 활동한 김승희 감독이 파격 발탁됐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부회장과 분과위원장, 이사진을 포함한 새 집행부 명단(27명)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협회 정관 제24조 '부회장 및 이사는 회장이 추천한 자 중에서 선임한다. 단, 총회의 의결로 선임 권한을 회장에게 위임할 수 있으며 총회에서 그 선임 결과가 보고되어야 한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정 회장이 임원 선임권을 위임받았다.
협회는 "제55대 집행부는 축구인 출신 전무이사 체제로 다시 전환됐다. 정 회장은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의 경험에서 변화와 혁신의 답을 구하기 위해 고심 끝에 김승희 대전 코레일 감독을 전무이사로 임명했다"라면서 전무이사 선임 배경을 밝혔다.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 대한축구협회
김 전무는 명지대를 졸업하고 1990년 실업축구 철도청(현 대전 코레일)에 입단한 뒤 35년 동안 한 팀에서만 선수~코치~감독을 지낸 ‘원클럽 맨’이다.
정 회장은 국내 축구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K3리그 지도자로 위아래 현장을 두루 잘 파악하고 있는 그를 협회 실무행정 책임자로 발탁함으로써 축구계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회장은 4기 임기 내 3부리그까지 프로화를 완성해 1~3부가 자유롭게 승격과 강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다.
김 전무는 디비전 시스템 완성, 학생 선수 저변확대 등 협회 핵심 정책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조정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현장과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협회 행정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회장단은 직능단체 추천 등을 받아 5명으로 구성됐는데 17개 시도협회를 대표해 신정식 전남축구협회장, K리그를 대표해 김병지 강원FC 사장이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업무 영역별로 각급 국가대표팀 지원을 위해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대외 협력을 위해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협회 기획 행정 부문에는 이용수 세종대 명예교수가 이름을 올려 대한축구협회에 재입성했다.
박항서 전 감독은 이전에 각급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를 경험한 바 있으며 신태용 전 감독은 현재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와의 좋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분과위원회는 사회공헌위원회가 폐지되고 '소통위원회', '국제위원회'가 신설되 총 9개가 됐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현영민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이 최연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현영민 위원장은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출신으로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뛴 적도 있다.
협회는 "축구인 출신 젊은 행정가를 육성하겠다는 정몽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기술발전위원회는 대학과 K리그를 두루 경험한 이장관 전 전남 감독이 이름을 올렸고 대회위원회는 김현태 전 대전 전력강화실장, 심판위원회는 문진희 전 심판위원장, 의무위원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속 김광준 박사, 윤리위원회는 여성가족부 소속 김윤주 변호사, 신설된 소통위원회는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이 맡는다.
국제위원회는 한국축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설됐으며 전한진 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부회장이 맡으며 향후 아시안컵 유치 작업 및 각종 국제축구연맹(FIFA) 업무 등 국제 관련 전문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공정위원회(위원장 소진)은 규정상 협회 임원이 아닌 외부인으로 선임되며 2024년 대의원총회에서 2년 임기의 위원회가 구성돼 현 공정위원회가 유지된다.
협회는 "주요 분과위원장들은 앞으로 정관 개정을 통해 상근 임원으로 일하게 되며, 협회는 이들이 관한과 함께 책임 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26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를 제치고 85.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정 회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지난 2013년 52대 회장 선거 당선 이후 16년 간 협회장 자리를 지킨다.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에 임원의 선임과 관련해 '회원종목단체 중 정회원∙준회원 단체의 회장은 구비 서류를 갖춰 체육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거 절차상 하자나 당선자의 결격 사유가 없으면 체육회는 인준해 줘야 한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지난 달 28일 정 회장의 인준을 승인하면서 축구협회는 지난 4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 회장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보고했다.
다만 이날 대의원총회에서 모든 집행부 구성을 마무리지을 것처럼 보였지만, 정 회장은 일단 임원 중 감사 2명을 먼저 선임했다. 행정 감사에 정태석 울산추국협회 회장, 회계 감사에는 이태호 감사가 연임됐다.
앞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9대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취임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정 회장은 집행부 인선과 관련해 "(집행부) 전체를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위원장만 (인선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모레까지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그다음 주 내에 선임을 마치려고 하고 있다"면서 집행부 구성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암시했다.
이어 "이분, 저분 열심히 만나면서 좋은 분을 모시기 위해 인터뷰 많이 하고 있다"라면서도 4일 집행부가 발표되는지 묻자 "90퍼센트 이상 되어야지, 일부만 (구성이) 됐을 때에는 (발표가) 다음 주까지 미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부분만 발표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다 발표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당선 후 젊은 축구인들을 집행부로 데려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 회장의 제안을 받은 축구인들이 이를 거절하면서 집행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선거 출마 기자 회견 당시에도 "지금까지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 여러 스타가 협회에서 같이 회의를 하며 고민했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다음 후보들도 축구 감독으로서의 경험만이 아니라 행정 경험도 필요하다"며 젊은 인재들의 협회 행정 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언급했던 박지성, 이영표 등 이전 3기 집행부에서 일했던 두 사람이 여러 이유로 협회를 떠난 뒤, 협회 복귀를 꺼리면서 이들의 4기 집행부 합류는 무산됐다.
지난해 정몽규 회장 등 대한축구협회 집행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40대 초반 젊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축구인들은 당시의 기조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정 회장이 이들을 설득할 만한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대한축구협회 집행부 명단 (27명)
▲부회장단(5명)
신정식(전남축구협회장), 김병지(강원FC 사장), 이용수(세종대 명예교수), 박항서(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 신태용(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전무이사 (1명)
김승희(대전 코레일 감독)
▲분과위원장 (8명)
전력강화위원장 : 현영민(해설위원), 기술발전위원장 : 이장관(전 전남감독), 대회위원장 : 김현태(전 대전 전력강화실장), 심판위원장 : 문진희(전 심판위원장), 소통위원장 : 위원석(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윤리위원장 : 김윤주(변호사), 의무위원장 : 김광준(신촌 세브란스병원 박사), 국제위원장 : 전한진(EAFF 부회장)
▲이사 (13명)
조연상(프로연맹 사무총장),윤영길(한체대 교수), 정희돈(아시아체육기자연맹 회장), 이정효(광주FC 감독), 김도근(강릉시민구단 감독), 오해종(중앙대 감독), 이미연(상무 감독), 윤종석(장훈고 감독), 신병호(제주중 감독), 김민덕(진건초 감독), 김호남(전 부천FC), 전가을(전 세종 스포츠토토), 이보윤(창령축구협회장)
▲고문 (2명)
변석화(전 대학연맹 회장), 김대은(전 전북축구협회 회장)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