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2024~2025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를 만났다.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스페인 국가대표 감독 출신의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이 삼성화재와의 팀 개막전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21일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사퇴를 했다. 하루 아침에 사령탑을 잃은 KB손해보험은 리베라 감독이 데려온 마틴 블랑코(아르헨티나)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에게 맡겨 시즌을 시작했다.
수장을 하루아침에 잃은 KB손해보험의 시작이 좋을리 없었다. 시즌 시작하자마자 개막 5연패로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도 5승31패로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했던 KB손해보험은 올해도 봄배구 진출은 일찌감치 그르친 것으로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월부터는 홈구장인 의정부체육관이 안전 문제로 폐쇄되면서 한동안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지난 1일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는 인천에서, 14일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는 안산에서 치르기도 했다. 여기에 새 사령탑으로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현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려다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를 존중하기로 각 구단이 협조하기로 했는데, 대한배구협회가 겸직을 허용하면서 KB손해보험이 라미레스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내정한 것이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 결과 전임감독제를 존중하며 국가대표 사령탑의 국내 프로팀 겸직을 허용하지 않기로 뜻을 모으면서 라미레스 감독 선임은 무산됐다.
갖가지 악재가 겹쳤지만,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도 뛰는 황택의가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면서 팀 전력은 점점 안정됐다. 1라운드를 1승5패로 마친 KB손해보험은 2라운드를 3승3패로 마치며 하위권 탈출을 꾀하기 시작했다. 3라운드는 현재 3승1패로 상승세를 타면서 어느덧 봄배구 진출 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KB손해보험은 임시 홈구장으로 낙점한 연고지 내의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린 지난 22일 우리카드와의 홈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승점 3을 챙긴 KB손해보험은 승점 21(7승9패)이 되며 3위 우리카드(승점 21, 8승8패)에 승패에서 밀린 4위를 달리고 있다. 3위 우리카드부터 최하위 OK저축은행(승점 15, 4승12패)까지 승점 차가 6에 불과할 정도로 촘촘히 붙어있는 양상이지만, 현재 기세로만 보면 KB손해보험이 2021~2022시즌 챔프전 준우승 이후 세 시즌만에 봄배구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같은 스페인 출신인 리베라 감독이 재계약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았던 안드레스 비예나는 득점 1위(365점), 공격 종합 3위(52.81%)에 오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군 입대해야 하는 상황을 알고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 8억원을 안기며 영입한 토종 주포 나경복도 군 제대 후 돌아와 득점 9위(213점)에 오르며 비예나와 ‘좌우쌍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대캐피탈과의 트레이드로 합류한 차영석, 현대캐피탈에서 방출된 후 KB손해보험에 합류한 박상하가 지키는 미들 블로커진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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