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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이어 전북현대도 '강등' 공포…대기업 구단들 위기, 왜?

조아라유 0
현대차그룹 지원 압도적 예산 1위에도 성적은 최하위  
달라진 환경에 대한 적응력·전략 없이 기존 관습으로 팀 끌어온 탓


2013년 프로축구 K리그는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중 최초로 2부 리그를 만들며 승강제를 도입했다. 프로야구 등 다른 종목은 여전히 최하위를 기록해도 다음 해에 변함없이 같은 판(1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한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충격을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는 실로 큰 메리트다. 반면 승강제가 도입되면서 전혀 다른 판으로 가야 한다는 K리그만의 특징은 흐름 자체를 바꿨다.

잠시만 방심하고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어떤 팀이든 2부 리그로 내려가게 됐다. 각 구단의 플랜과 전략이 1부 리그에서 살아남는 데 결점이 있으면 강등이라는 충격을 피해 갈 수 없다. 대기업이 후원하는 부산 아이파크(HDC), 전남 드래곤즈(포스코), 제주 유나이티드(SK)가 차례로 2부 리그로 떨어졌다. 반대로 하부 리그에서 팀을 정비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변화를 모색하는 팀은 승격이라는 전리품을 얻고 새 발판을 마련한다. 

2023년 대기업이 후원하는 또 다른 K리그 명문팀이 강등됐다. 1부 리그 우승 4회, 코리아컵(전 FA컵) 우승 5회를 기록한 수원 삼성이 시즌 내내 부진에 허덕이다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하며 K리그2로 가야 했다. 이미 2022년 K리그1에서 10위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가까스로 잔류했던 수원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 없이 2023년을 맞았다가 굴욕적 강등을 당했다. K리그2에서 시작한 올해도 기대한 반등은 쉽지 않다. 염기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5월말 사임했고, 변성환 전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수원은 선두 FC안양과 승점 차가 9점이나 벌어진 채 중위권 싸움 중이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선수들이 6월22일 대구FC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13년동안 9차례나 정상 밟았던 '전북 왕조'의 몰락

2024년 시즌에는 또 다른 대기업 구단의 부진이 눈길을 끈다. 6월27일 현재 K리그1 순위표 가장 아래에 전북 현대가 있다. 전북은 지난 10년간 K리그를 지배한 팀이다. 2009년 첫 우승에 성공한 전북은 2021년까지 13년 동안 9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5년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이른바 전북 왕조를 열었다.

전북의 힘은 압도적인 재정 능력에서 비롯됐다. 창단 후 오랜 시간 모기업 관심권 밖에 있던 미운 오리였지만 2006년 기적적인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점으로 사랑과 지원을 받는 백조가 됐다. K리그1에서 독보적인 최강자로 거듭났고, 2016년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달성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후 300억원 규모이던 예산이 5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명문 구단으로 진화하라는 미션과 함께 주어진 지원이었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 레전드이자 유럽에서도 영향력을 지닌 박지성이 기술 이사(테크니컬 디렉터)로 합류해 더 화려한 모양새를 갖췄다.

압도적인 돈의 위력은 자본주의의 대표적 산물인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전북은 해외에서 돌아오는 국가대표 선수, 그리고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선수들을 쓸어담았다. 이재성·김민재·송범근처럼 구단의 좋은 안목으로 영입한 유망주들의 성공 사례도 있지만 홍정호·김신욱·이용·김보경·김진수·김승대·송민규·손준호·문선민·조규성 등 특급선수들을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주고 데려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런 전북의 위력 앞에 우승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인 울산·포항조차 에이스들을 이적료를 받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찬란했던 전북 왕조는 최근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시즌 도중 김상식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루마니아 출신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부임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잡지 못한 김상식 감독을 대신해 국내 프로 스포츠 감독 최고 연봉인 15억원을 투자해 유명 감독을 데려온 것. 그럼에도 전북은 우승 경쟁에서 이탈했고,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전북이 3위권 밖으로 떨어진 건 15년 만이었다.

올 시즌은 더 충격적이다.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로 온전히 시즌 준비를 마쳤고, 예년처럼 막대한 돈을 부어 김태환·이영재·권창훈 등 국가대표급 선수와 티아고·에르난데스 같은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를 보강했다. 그럼에도 순위는 더 떨어졌다. 1라운드 종료 시점에 기록한 5위가 올 시즌 가장 높은 순위고 대부분 10위권 밖을 맴돌았다. 4월초에는 최하위인 12위까지 추락했다. 결국 페트레스쿠 감독은 부임 1년도 안 돼 허무하게 물러났다. 

2개월여의 사령탑 공백 끝에 지난해 감독대행으로서 좋은 역할을 한 김두현 전 수석코치를 선임했지만 반등은 쉽지 않다. 전북은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대구에 0대3으로 완패, 다시 꼴찌가 됐다. 이미 사흘 전에는 코리아컵 16강에서 2부 리그의 김포FC에 0대1로 패하며 탈락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많은 팀이 감독을 교체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3~4경기 안에 승리하며 허니문 효과를 냈다. 반면 전북은 김두현 감독 체제에서 5경기째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다.


6월15일 경남과의 경기에서 비겨 K리그2에서 8경기 무승의 부진이 이어진 수원 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국내 톱 선수들, 유럽 무대로 눈 돌려

전북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일시적 경기력 저하, 선수들의 자신감 부족 등의 문제도 있지만 달라진 리그 구조와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전략 없이 기존 관습대로 팀을 끌어온 것이 진짜 이유로 꼽힌다. 과거와 달리 K리그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들은 이제 전북이 아닌 유럽 무대로 나간다. 최근 2년 사이 정상빈·오현규·양현준·배준호·김지수·이한범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선수들 모두 같은 선택을 했다. 

K리그 구단들 입장에서도 과거 전북이 지불한 10억원에서 20억원 사이의 이적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유럽 구단에서 받고, 유럽파를 탄생시켰다는 명예와 명분까지 잡는 쪽을 더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전북이 지금 과거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올 수 있는 선수는 유럽에 진출하지 못할 경쟁력을 지닌 선수, 혹은 K리그2의 유망주들에 국한된다. 이것이 과거 압도적이던 전북의 팀 전력을 다른 팀들이 덤벼볼 만한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여기에 김기동(FC서울)·이정효(광주FC) 같은 전력의 한계치를 넘어서게 하는 전술가들이 등장하며 전북의 위치는 더 위태로워졌다. 올해는 윤정환(강원FC)·김은중(수원FC)·정정용(김천 상무) 감독까지 그런 흐름에 가세하자 전북의 경쟁력은 더 급격히 떨어졌다. 전북도 페트레스쿠 감독과 작별한 후에는 더 이상 이름값이 아닌, 감독 개인의 전술 능력과 게임 모델, 리더십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1982년생 김두현 감독을 선택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누적된 문제와 선수단의 피로감을 일거에 털어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팀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 강등권이라는 위기와 맞닿았다는 점이다. 작년의 수원처럼 '결국은 이겨낼 것'이라는 기대가 어느 순간 강등이라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의 전북은 우승이 아닌 생존과 싸워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구단이 강하게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5년 K리그2 무대에서 전북이 승격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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