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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죽고 싶을 정도" 잊혀졌던 LG 1차 지명, 인고의 세월 끝 마침내 이름 석자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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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김영준./잠실=심혜진 기자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암울했던 LG 트윈스 마운드에 한줄기 빛이 찾아왔다. 바로 김영준(25)이다.

LG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9-8로 이겼다.

짜릿한 승리 과정에는 김영준의 호투를 빼놓을 수 없다. 3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봉쇄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영준은 팀이 3-8로 끌려가던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최항을 좌익수 뜬공, 유강남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황성빈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긴 했으나 윤동희 타석 때 황성빈의 도루를 저지하며 이닝을 끝냈다.

LG의 추격도 시작됐다. 8회말 1사에서 박해민의 2루타에 이어 폭투 그리고 신민재의 내야안타가 나오면서 한 점 따라갔다. 롯데 마운드는 구승민에서 김상수로 바뀌었고, LG는 계속해서 두들겼다. 홍창기와 문성주가 연속 안타를 치며 압박했다. 그러자 롯데 벤치는 아웃카운트 5개를 남겨두고 마무리 김원중으로 바꿨다.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오스틴이 적시 2루티를 작렬시켜 8-6까지 따라잡았다.

9회초 김영준이 계속해서 이어갔다. 상위타선을 만났다. 윤동희를 공 2개로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고승민에게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손호영을 좌익수 뜬공, 레이예스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으 끝냈다.

그리고 LG가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9회말 대타 안익훈과 신민재의 2루타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홍창기의 1타점 내야 땅볼과 문성주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8-8 동점이 됐다. 아쉽게 끝내기는 나오지 않았다.

김영준은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깔끔하게 막아냈다. 나승엽 삼진, 박승욱 1루수 직선타, 최항을 1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대역전극의 디딤돌을 놨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신민재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려 5점차 열세를 뒤집으며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이렇게 김영준은 1군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경기 후 김영준은 "10회까지 나갈 줄 몰랐다"면서 "긴장감은 없었다. 2군에서 오랜 시간을 하다 보니 이렇게 1군에서 던질 기회가 너무 절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점수차건, 상황이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올라가서 던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솔직히 어안이 벙벙하다. 어떻게 던졌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생각하고 던졌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태 투수코치는 이닝마다 김영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처음(8회)에 올라갈 땐 '자신 있게 볼질하지 말고 그냥 포수 보고 그냥 강하게 던져라. 이 공 던져라'라고 말씀해주셨고, 또 다음 이닝 때는 '하나 더 간다. 네가 막아봐' 하셨다. 마지막 이닝 때는 '이제 좀 더 힘 빼고 몸이 좋으니까 좀 더 밸런스로 가져가자'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그 상황에 맞게 잘 제가 생각하고 곱씹고 올라가서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준은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만큼 LG의 기대감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입단 동기인 안우진(키움), 강백호(KT) 등과 비교해도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몸이 따라오지 않았다. 입단 첫 해 14경기 20⅔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한 김영준은 2019년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결국 그해 11월 입대했다. 제대 후에도 줄곧 2군에서 머물다가 2022년 10월이 되어서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1군 생활은 짧았다. 2경기 9⅔이닝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하고 다시 2군으로 갔다.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에 볼 수 있었다. 4월 12일 롯데전에 나와 ⅓이닝 1실점을 하고 구원승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17경기 30⅔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올해도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4월 21일 팀이 더블헤더를 소화하면서 특별 엔트리로 1군에 올라왔지만 곧바로 다시 말소됐다.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났다. 지난 11일 올 시즌 두 번째 콜업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등판 기회를 얻었다.

김영준은 8회초 첫 타자 최항에게 초구부터 구속이 146km가 나왔다. 그는 "포수만 보고 있는 힘껏 던졌다. 긴장감 속에 던져서 (구속이) 나온 것 같다. 무대 체질인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군 생활을 잠시 되돌아본 김영준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운을 뗀 뒤 "1군을 올라가지 못하면 비전이 없는 게 우리 생활이지 않나.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힘들고, 지루했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항상 자신은 있었다. 다만 1군에 처음 올라오면 그런 압박감이나 긴장감을 솔직히 잘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오늘처럼 더 단단하게 1군에서 던졌다면 더 빨리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라고 반성도 했다.

LG는 최근 임찬규, 최원태 등 토종 선발진이 연거푸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꾸준히 2군에서 선발로 나섰던 김영준에게도 큰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김영준은 "어떤 보직이든, 어떤 상황이든 감독님, 코치님께서 자리를 정해주시면 거기에 맞춰가는 게 선수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해가면서 1군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오래 (1군에) 붙어 있고 싶다"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

 

 

LG 트윈스 김영준./LG 트윈스
 
잠실=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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