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원삼성 SNS 계정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팬들은 염기훈 전 수원삼성 감독의 씁쓸한 뒷모습에 마지막 예를 표했다. 비록 성난 팬들과 나아가지 못하는 구단 버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했던 감독이지만, 레전드 선수에 대한 예우는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수원 삼성은 지난 27일 공식 SNS를 통해 "염기훈 감독은 지난 서울이랜드전 경기 직후 사임 의사를 구단에 전달하였으며,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구단은 최대한 신속히 후임 감독을 선임하여 팀을 재정비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수원삼성축구단의 9대 감독으로 부임하여 헌신과 열정을 보여준 염기훈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겠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원삼성 염기훈 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앞서 염 전 감독은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하나은행 K리그2 2024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울 이랜드에 1-3으로 역전패했다. 해당 경기 패배로 수원은 K리그2 13개 팀 가운데 7위로 내려앉으며 1부 승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명문 수원 삼성의 리그 강등은 지난 1995년 창단 후 첫 고배다.
염 전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잉 코치로 수원과 함께 했고, 시즌 중 김병수 감독이 경질되자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아 정식 감독까지 승격했다.
염 전 감독의 정식 감독 승격 당시 팬들의 반대 물결은 거셌다. 다소 성급한 감의 선임이라는 우려도 뒤따랐지만 염 전 감독은 오로지 승격만을 목표로 삼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같은 우려를 딛고 염 전 감독은 지난 4월 이달의 감독상까지 받으며 4연승을 질주했다.
수원삼성 염기훈 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5월에 역풍을 맞았다. 자그마치 5연패를 당하며 순위가 폭삭 주저앉았다. 격노한 팬들은 수원 구단 버스가 출차하는 출구 앞을 가득 막아서고 "염기훈 나가라"를 연거푸 외쳤다.
염 전 감독은 수원 삼성에서 현역으로 활약하던 시절 '레전드'로 불렸던 선수다.
수원 삼성 소속으로 2021시즌 기준 391경기라는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직전 이운재(390경기)의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다만 감독 선임 절차에서 문제가 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정식 플레잉코치 등의 이력조차 없음에도 수원은 지난 해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현역인 염 전 감독을 그대로 감독대행에 선임하는 다소 조급한 행보를 보였다.
수원삼성 박경훈 단장(좌)-염기훈 전 감독ⓒ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염 전 감독은 결국 서울 이랜드전을 끝으로 불명예스러운 퇴단을 알렸다.
경기 후 분노한 홈 팬들이 버스 앞을 가로막자, 그는 구단 프런트진과 함께 버스 통로 앞으로 나와 "죄송하다"며 "(박경훈) 단장님을 찾아가 '떠나는 것이 맞다'고 얘기했다. 2010년에 수원에 와서 많은 사랑과 질타를 받았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에 대한 팬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자진 사퇴를 알렸다.
성적 부진에 분노했던 팬들이지만 '레전드 선수'의 퇴장에는 또 다른 입장이다.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한 팬은 구단 SNS에 "선수 염기훈은 레전드로 기억하고, 감독 염기훈은 기억에서 잊겠다"는 의견을 전했고 또 다른 팬은 "준비도 안됐는데 왜 감독으로 (선임했느냐), 서로에게 몹쓸 짓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켠에는 "우리가 염치없이 다시 찾을 정도로 감독으로 성공하라"는 아쉬움의 작별 인사를 전하는 팬도 보였다.
수원 삼성은 이병근 전 감독으로 시작해 2023~2024년 사이에만 정식으로 세 명(이병근, 김병수, 염기훈)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대행까지 합하면 최성용 전 코치까지 합해 총 네 명이다.
짧은 기간동안 감독들의 무덤이 된 수원 삼성의 사령탑 공석에 팬들의 눈이 다시 모이고 있다. 그러나 단지 빈 자리를 채우려는 조급한 선임으로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편 수원 삼성은 오는 6월 2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에 나선다.
사진= K리그, MHN스포츠 DB, 수원삼성 SNS
권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