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냉혹한 승부의 세계, 그 속에서도 ‘따뜻함’은 존재했다.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간 플레이오프 3차전,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가 이어졌다. 양 팀은 각각 6명씩 총 12명의 투수를 등판시켰다. 사사구가 무려 25개나 쏟아졌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사사구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개다.
특히 양 팀 합쳐 몸에 맞는 볼이 6개나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1승’이 중요한 가을야구임을 감안할 때 자칫 과열양상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벤치클리어링은 물론 사소한 언쟁조차도 없었다. 오히려 위험한 순간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를 걱정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5회 초 1사 상황. 김태군(NC)의 타구가 류제국의 얼굴 쪽으로 날아갔다. 류제국은 빠르게 피했고, 다행히도 타구는 모자챙을 치고 중견수 쪽으로 빠져 나갔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다. 1루 베이스를 밟은 김태군은 심판의 양해를 구한 뒤 바로 류제국에게 다가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류제국은 ‘괜찮다’는 손짓을 보이며 김태군을 안심시켰다.
위험한 장면은 6회에도 나왔다. 6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히메니스(LG)가 친 파울볼이 김태군의 손가락을 강타한 것이다. 김태군은 한동안 손가락을 움켜쥔 채 고통을 호소했다. 한참 만에 일어선 김태군에게 히메네스는 등을 살짝 두드리며 애교 섞인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달리 단기전이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유독 포스트시즌에 벤치클리어링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5년 한국시리즈 2차전(삼성-두산), 2007년 플레이오프 2차전(두산-한화), 2007년 한국시리즈 3차전(SK-두산), 2009년 한국시리즈 3차전(KIA-SK), 2015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넥센-두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어느 팀에게나 가을야구는 중요하다. 저마다의 이유로 승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어떠한 순간에도 스포츠맨십까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스포츠가 보여줘야 할 기본이자,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다.
사진=OSEN/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김태군은 자신의 타구가 류제국의 얼굴 쪽으로 향하자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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