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 달러’ 켈리 혜자계약, SK 마법의 실체는?

[OSEN=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FA 선발 시장의 흉년과 더불어 KBO 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심을 모으는 계약이 있다. 바로 SK와 재계약을 맺은 메릴 켈리(28)다.

SK는 켈리와 총액 85만 달러에 2017년 연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켈리는 SK와 3년 연속 함께 한다. 그런데 8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SK가 켈리를 싸게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웬만한 외국인 선발 몸값이 100만 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미 검증된 투수인 켈리의 몸값이 낮다는 지적이었다. 팬들도 ‘혜자 계약’이라며 놀라워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던 켈리는 2015년 입단 당시 총액 3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물론 탬파베이 측에 이적료를 지불한 것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개인 계약으로 보면 리그에서 가장 값싼 수준이었다. 그런 켈리는 2015년 30경기에서 181이닝을 던지며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며 수준급 성적을 냈다. 켈리는 2016년 75만 달러에 SK와 재계약했다.

켈리의 2016년 성적은 더 눈부셨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31경기에서 9승(8패)에 머물렀지만 무려 200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냈다. 김광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중반 이탈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몫을 해냈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헥터 노에시(KIA)에 이어 외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좋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켈리의 몸값은 10만 달러밖에 뛰지 않았다.

비밀은 2016년을 앞두고 만든 사전 장치였다. 한때 KBO 리그 구단들은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외국인 선수에게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리그 규약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암암리에 2년 계약을 보장해주곤 했다. SK도 그런 선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최근 방향을 바꿨다. 바로 ‘1+1년 계약’ 제시였다. 상호 옵션에서 재계약을 할 수 있는 옵션을 구단이 가지는 방법이었다.

켈리의 가능성을 확신한 SK는 2016년 시즌을 앞두고 ‘1+1년 계약’과 비슷한 계약을 제시해 승낙을 받아냈다. 이는 대성공으로 돌아왔다. 켈리가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자 계약서상의 권리를 총동원해 재계약에 이르렀다. 켈리를 저렴한 가격에 붙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1년 뒤를 내다본 SK의 전략이 대성공으로 귀결된 셈이다. 켈리 재계약 협상테이블에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물론 계약서만 믿은 것은 아니었다. 켈리의 MLB행 의지가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었다. 이에 민경삼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켈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썼다. 민 단장은 트레이 힐만 감독의 인터뷰 당시 미국에서 켈리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비록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에이전트만 만나는 데 그쳤지만 이런 SK의 정성이 켈리의 마음을 돌려놓는 기폭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런 SK의 행보는 타 팀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2년 계약은 사실 큰 위험부담을 갖는다. 첫 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도 2년차에 연봉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다년계약을 등에 업은 외국인 선수들이 성실하게 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옵션 계약은 그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좀 더 안전하다. 물론 칼자루를 선수가 쥐고 있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틈새를 찾을 수 있다면 구단으로서는 이익이 될 수 있다. 

기사제공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