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혁 “음주운전, 정말 큰 죄…10년을 후회로 살아”

[일간스포츠 황미현]

※ '취중Dol'은 일간스포츠의 인기 인터뷰 '취중토크'의 젊고 가벼운 스핀오프 버전입니다.

김상혁(33)의 인생은 삼십 대 초반임에도 꽤 굴곡지다. 1999년 17살의 나이에 클릭비로 데뷔해 곡 '백전무패' '보랏빛향기' '아주 오래된 연인들' 등으로 아이돌로서 성공을 맛봤다. 김상혁은 특유의 엉뚱한 매력으로 당시 잘 나간다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기도 했다.

2005년 저질렀던 음주운전 사건은 김상혁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음주운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이 사건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음주운전에 거짓말까지 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대중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김상혁은 이후 10년이란 시간 동안 방송가 주변을 맴돌았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그의 인생을 뒤집어 놓은 일생일대 사건이 됐다.

김상혁을 취중 인터뷰 자리에 초대하기에 앞서 고민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와 술잔을 부딪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의외로 김상혁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고 솔직하고 가감 없이 과오에 대해 털어놨다. 수없이 되뇌며 자신을 다스린 듯 성숙한 마인드가 한 마디 한 마디에 배어 나왔다. 몇 잔의 맥주를 비워낸 김상혁은 "술 마시고 운전대는 절대 잡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미소 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소주 2병 정도 마셔요. 마시면 계속 마시려는 경향이 있는 편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자리가 있는 것 같아요."

- 주사는 없나요.
"취하면 같이 마시던 지인들에게 '다 가라'고 한대요. 혼자 남아서 몇 잔을 기울이다 곱게 집에 가요."

- 술친구는 주로 누구인가요.
"주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나, 방송 회식 때 마셔요."

- 김상혁 씨와 음주는 연결고리가 있죠. 그 이후 술을 다시 마시는 것이 거부감이 들지 않았나요.
"마시지 않으려고 했는데 혼자 집에 있다 보니 외롭고 힘들어서 또 술에 기대게 되더라고요."

- 사건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관념이 달라졌겠어요.
"그럼요. 술을 마시고 운전 한다는 게 저만 피해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큰 죄에요. 남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정말 잘 알기 때문에 이젠 절대 술 먹고 운전대를 잡지 않아요."

- 김상혁 씨 이후로 수많은 스타들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제가 사실 연예계 음주운전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죠. 정말 조심해야 되는 일인데, 저 이후로 계속해서 이런 사건들이 나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요."

- 예전 음주사건 때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들이 논란이 됐고 패러디도 많이 됐어요.
"충분히 논란이 될 내용이었고 많은 사람이 풍자하는 것도 어쩔 수 없죠. 근데 또 그런 논란들로 제가 잊히지 않는다는 게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어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어쨌든 연예인은 대중분들께 잊히는 게 가장 무서운 건데 제 말실수가 저를 기억하게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더라고요."
 

- 10년 동안 활동이 뜸했어요.
"방송 활동을 하긴 했지만 거의 없다고 봐야죠. 대신 생계를 위한 일들을 했어요. 쇼핑몰, 카페, 술집 등을 운영하다가 가끔 방송에서 불러주면 출연했어요. 방송 쪽을 계속 맴돌긴 했어요."

-그간의 마인드가 궁금하네요.
"아직 대중이 저를 받아 주실 준비가 안되셨을 거란 생각에 조바심내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했어요. 인내하고 준비만 잘하고 있자 생각하고 있었죠."

- 사건 이후 이렇게까지 추락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누굴 탓하거나 원망할 순 없는 일이니까 그냥 후회만 많이 했던것 같아요."

- 음주운전 사건 이후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죠.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랑 봉사활동을 많이 했죠. 처음에는 솔직히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서 하다 보니 오히려 제가 얻는 게 많다는 걸 몸소 느꼈어요. 도와주려고 갔다가 오히려 순수한 친구들한테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았거든요. 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져서 좋았고요. 가장 최근 봉사활동은 올 초에 한 연탄배달이네요."
 

- 만약 음주운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김상혁은 어땠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만약 잘 됐다면 그 당시에도 주말 예능을 꾸준히 나가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인기 주말 예능 고정 멤버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무한도전'이나 '1박2일'같은 프로그램에서요. 그렇지만 제 잘못으로 인한 지금의 모습이기 때문에 누굴 탓할 순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 힘든 시기에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요.
"일단 가족이죠. 제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할 수 있게 주변에서 지켜준 분들이 가족 그리고 지금 회사 식구들이죠. 재기가 될 듯 안 될 듯 늘 냉탕과 온탕을 10년 동안 보내면서 정말 힘든 시기도 많았는데 지금 주변에 계신 분들이 없었으면 정말 포기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