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회군에 다급해진 친박계…"내년 4월 퇴진 즉각 수용하라"
오는 9일 전 기자회견·4차담화 등으로 '4월 퇴진 수용' 전망
한광옥 "대통령도 당원"…당론 수용 가능성 시사
朴대통령, 개헌 없는 퇴진에 부정적…입장 표명 없을 수도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빠르게 좁혀들고 있는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당의 당론을 수용, '내년 4월 퇴진'을 천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동참으로 돌아서자 다급해진 친박계가 5일 박 대통령에게 4월 퇴진 당론을 조속히 수용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박계는 전날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의사만 밝히면 탄핵 대오 대열에서 빠지겠다던 입장을 철회하고 탄핵 표결에 참여키로 최종 확정한 상태다. 그 결과 오는 9일 탄핵안 가결 뒤 박 대통령이 즉시 직무정지 상태에 빠지는 정국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야3당이 박 대통령 퇴진 협상을 전면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탄핵의 열쇠를 쥔 비박계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것만이 탄핵열차를 멈출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친박계가 주축이 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이날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에 대한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비박계의 변심 사태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비박계의 회군을 유도할 마지막 카드로 이르면 오는 6일이나 비박계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7일 오후 6시까지 4차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통해 4월 퇴진을 약속함으로써 정국반전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당론으로 정한 내용, 또 국가 원로들께서 요구했던 내용에 대해서 존중한다는 입장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그 부분(4월 퇴진)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비박계가 촛불민심에 압박을 느껴 탄핵 대오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지지 기반은 박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영남권과 보수층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못박는다면 비박계로서도 지지층의 반발과 같은 후폭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단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퇴진 문제와 관련해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오다가 전날 비박계의 탄핵 동참 결정 이후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매일 정연국 대변인이 실시해 오던 정례 브리핑도 생략했다.
다만 이날 오전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도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분이고 국민의 뜻에 따라 그에 답을 줘야 하는 시기"라며 "국정이 안정되고 평화롭게 헌정질서에 따라서 이양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는 과정 속에서 좀 늦어졌지만 곧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여지를 남겼다.
특히 그는 "날짜에 대해서는 당에서도 지금 요구하는 것도 있고 하지 않냐"며 "여야 간에 대화도 있어야겠지만 역시 대통령은 당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로 참고를 해주기 바란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동안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4월 퇴진론을 외면해 왔던 이유 중의 하나는 정치권 전반의 요구가 아니라 새누리당, 특히 비박계의 적극적인 요구라는 점이었다. 여야 합의에 따른 퇴진 의사를 박 대통령이 먼저 밝힌 상황에서 4월에 물러나라는 비박계의 요구만 수용한다면 야당에게 또다른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한 비서실장이 여야 대화에 앞서 박 대통령도 '당원'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 것은 4월 퇴진 당론을 결국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뒤늦게 4월 퇴진론을 수용한다고 해도 대세를 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박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탄핵 표결을 맞이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당장 탄핵안 부결시 촛불이 청와대 앞에서 여의도 국회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에서 비박계의 이탈 효과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박계 모임 비상시국위원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즉시 하야하겠다면 굳이 탄핵에 들어가지도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하야 없이는 탄핵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배제한 4월 퇴진에 부정적이라는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진퇴 문제는 어디까지나 헌법이 정한 절차와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하야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한 헌법을 지키는 퇴진에 어긋나며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담화에서 '법 절차'에 따른 퇴진을 언급한 것도 자신의 임기단축과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 등을 개헌으로 한번에 이루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분석됐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내년 4월에 물러나더라도 '하야'라는 불명예 퇴진보다는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종식시킨 대통령'이 여러모로 명예를 지키는 쪽이 된다. 그러나 야당이 '지금은 탄핵이 우선'이라며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약속한다면 하야라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
반면 새누리당 최고위가 이날 결정한 4월 퇴진론 수용 요구는 '자진 사임'과 '2선 후퇴' 선언까지 포함된 것이다. 내년 4월 하야를 약속하고 즉시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의미인데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과 통화해 직접 4월 퇴진 수용 의사를 전달받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것도 박 대통령이 4월 퇴진론을 결코 우호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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