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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는 어떻게 잭팟을 터뜨렸나?

난라다리 0

(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일본 J리그의 메가톤급 중계권 계약이 한국에서도 큰 화제다. 일본 J리그연맹은 최근 영국 미디어 그룹인 퍼품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는데, 2017년부터 10년간 총액 2,100억엔(약 2조 1,40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중계권 수익을 올렸다. 

단순히 중계권 수익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퍼품과 한 계약은 일본 J리그의 질을 한층 더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퍼품은 이번 중계권 계약 체결을 통해 J1(1부리그)은 물론 J2(2부리그)까지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TV 중계권은 물론 인터넷 중계권과 J리그를 통한 각종 방송 및 영상 콘텐츠 제작 등 각종 권한을 갖는다. J리그연맹은 이를 통한 수익을 J리그 전 구장에 4만 명이 동시 시청 가능한 고밀도 와이파이 시스템 설치 등 인프라 개선에 쓸 계획이다. 

워낙 큰 중계권 수익이 발생하니, J리그연맹과 구단의 살림살이도 나아진다. J리그연맹은 지난 8일 총회를 열어 2017년도 예산을 265억 900만 엔(약 2,702억 2,000만 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예산인 135억 4,300만 엔(약 1,380억 5,057만 원)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액수다. 리그에 속한 구단 수익 역시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극심한 경제 불황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J리그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대박 중계권 협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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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돈 주고 보는 문화

이번 중계권 협상은 일본 프로 스포츠 산업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퍼품 그룹은 디지털 플래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거대 스포츠 미디어 기업이다. 퍼품 미디어(골닷컴 등 뉴스 사이트)·퍼품 콘텐츠(OPTA 등 분석 사이트)·퍼품 게이밍·퍼품 OTT(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브랜드명 DAZN) 등의 사업 분야를 구축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날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왜 일본을 겨냥해 거액을 투자했을까?

혹자는 J2리그도 평균 1만 명이 넘을 정도인 뜨거운 관중 열기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단순히 스타디움을 찾는 관중 수라면 보다 많은 사람이 직접 현장을 찾아 경기를 즐기는 중국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것이다(2016시즌 기준 중국 슈퍼리그 평균 관중 2만 4,159명/일본 J리그 평균 관중 1만 7,803명). 그리고 중계권과 관중 수익은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을진 몰라도, 수익 발생의 근원은 또렷하게 구분된다. 별개의 일이라는 뜻이다.

퍼품이 일본을 겨냥한 이유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일본인들의 유료 콘텐츠 구매 문화 확산이다. 일본에는 유료 방송 채널 문화가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유료 채널 TV 보급률이 전체 2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2012년 일본 내에서 방송을 돈 주고 본다는 의식이 아직 정착 단계는 아니긴 해도, 최근 앞다퉈 개설된 유료 채널 방송국들이 일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면서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현재 일본 J리그 중계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6시즌까지 스카이 퍼펙트 커뮤니케이션(일명 스카파)라는 통합 중계 채널을 활용했는데, 당연히 유료다.

퍼품은 바로 이 점을 주목했다. 일본 내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사업인 만큼, 이 시장에 최대한 빨리 진입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기존 스카이 퍼펙트 커뮤니케이션보다 비용은 적으면서도 보다 다양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까지 일본 팬들이 가정에서 J리그를 보려면 월 2,980엔(약 3만 원)에 달하는 시청료를 지불해야 했는데, 퍼품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DAZN를 이용해 월 1,750엔(약 1만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다가설 계획이다. 최근 TV보다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할 경우 기존 유료 채널 소비층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10년간 J리그를 통해 완벽한 수익 기반을 다질 경우 NPB(일본프로야구) 등 일본 내 타 프로스포츠 종목으로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한마디로 단순히 관중 좀 많다고 괜히 투자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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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가 이번 메가톤급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에, 한국 프로축구계와 많은 팬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되느냐는 씁쓸한 반응이 보인다. 더군다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실력적 면에서 더 뛰어난 리그임을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찬밥 대우를 받는다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투자는 선수들의 경기력과는 어쩌면 무관할 수도 있다. 속된 말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 투자가 이뤄지려면, 거기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수익이 기대되는 축구 시장이 한국 내에 구축되어 있는지 살핀다면, 대부분 아니라는 답을 남길 수밖에 없다. K리그는 메인 스폰서도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이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금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 가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K리그가 팔릴 만한 콘텐츠가 되었을 경우를 가정할 때, 축구팬들의 구매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질 수 있을지 여부다. 한국에서는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를 쉽게 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영국에서도 꽤나 비싼 시청료 때문에 아무나 집에서 못 본다. 대형 스크린에 여러 축구팬들이 맥주를 즐기며 함께 경기를 보는 펍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거의 공짜로 보다시피 한다. TV는 물론이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너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데다, 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중계하는 모습도 인터넷을 좀 검색하면 쉽게 살필 수 있다. 하물며 당장 중계권 수익은커녕 노출만 되어도 감지덕지한 K리그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따라서 J리그의 초대형 중계권 계약이 한국에서도 이뤄지려면, 소비층의 구매력를 토대로 투자하는 기업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즉, 돈을 내서라도 유료 채널과 페이퍼 뷰 방송을 보겠다는 수요가 커야만 가능한 일이다.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방송 콘텐츠가 공공재 혹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 시장의 특성부터 먼저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중계권 계약이 한국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안산 그리너스 프로축구단 단장 겸 부산 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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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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