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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히모비치는 정말 리그를 가리지 않는다

난라다리 0

(베스트 일레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이정도면 선수로서 황혼기 정도가 아니라 이미 은퇴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러나 그의 발끝은 은퇴를 거부한다. 그라운드에서 쓰임새가 여전하다 못해 탁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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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반만 하더라도 그의 기량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여섯 경기 동안이나 득점에 실패하며 부진했기 때문이다. 4라운드까지 네 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시선은 이상하리만치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그러나 자신이 여전히 빛난다고 어필했던 그는 어려운 상황에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스트라이커의 최대 덕목인 골로서 그는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선수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EPL 16라운드 기준으로 그는 열다섯 경기에 출전해 아홉 골을 잡아냈다. 기록으로만 따졌을 때 에버턴의 로멜루 루카쿠와 함께 득점 랭킹 4위권을 형성했다. 선두 디에고 코스타·알렉시스 산체스완 세 골 차이가 난다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체력도 문제가 없고 큰 부상도 없다. 그는 경고 누적 징계로 결장한 12라운드 아스널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서른여섯의 공격수는 강철 체력과 득점 감각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EPL 수비수들과 만남이 기대된다고 언급한 바 있던 그는 그 자신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유럽 각지를 두루 섭렵하며 무수히 많은 족적을 남겼고, 다른 리그 데뷔 시즌과 비교했을 때도 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 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웨덴 말뫼에서 넘어와 2001-2002시즌을 아약스서 시작했던 그는 리그에서 여섯 골을 몰아치며 차세대 골잡이로서 가능성을 유럽 전역에 알렸다. 그 이후론 순풍을 타고 항해하는 배처럼 거침없었다. 각 리그 데뷔 시즌만을 따져봤을 때, 2004-2005 유벤투스 16골, 2006-2007 인터 밀란 15골, 2009-2010 바르셀로나 16골, 2010-2011 AC 밀란 14골, 2012-2013 파리 생제르맹에서 30골을 기록했다. 

이런 까닭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그가 기량이 하락해 득점력을 상실했다는 오해는 사실이 아니다. 그가 리그를 가리지 않는다는 명제는 EPL에서 최소한 지금까지는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다. 유럽 리그가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파리 생제르맹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그 어느 때보다 득점 페이스가 빠르다. 오히려 현재 페이스만 잘 유지한다면야, 그의 커리어의 또 다른 역사될 수 있는 게 2016-2017시즌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앞서 언급한 팀들의 데뷔 시즌을 거치며 적응 따윈 필요 없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그는 그 시즌마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만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16-2017시즌 우승 트로피를 드는데 실패한다면, 이번 시즌은 말뫼 시절을 제외하고 그가 각 리그 데뷔 시즌에 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시즌으로 남는다.

물론 그의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라가야 할 산이 까마득히 높다. 리그 선두 첼시와는 승점차가 어느덧 13점까지 벌어졌고 그 사이엔 내로라하는 강팀들마저 즐비하다. 그러나 평준화가 확실한 EPL 특성상, 낮은 확률의 기회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도 돌아올 수도 있다. 그의 득점포가 시즌 막판까지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겠다.

그의 영향력은 골뿐만이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래 마커스 래쉬포드는 그의 존재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며 노장 스트라이커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기록은 물론 연륜을 바탕으로 팀 내 긍정적 효과를 끼치는 게 현재의 그다. 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느 지점까지 도약할진 짐작할 수 없으나 현재로선 주목해 볼 만하지 싶다. 그는 최근 EPL 다섯 경기서 다섯 골을 찍어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라운드 첼시에 패한 뒤로 일곱 경기 째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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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라히모비치 각 유럽 리그 데뷔 시즌 일지(리그 기록 기준)

1998-1999시즌 스웨덴 말뫼: 6경기 1골
2001-2002시즌 네덜란드 아약스: 24경기 6골
2004-2005시즌 이탈리아 유벤투스: 35경기 16골
2006-2007시즌 이탈리아 인터 밀란: 27경기 15골
2009-2010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 29경기 16골
2010-2011시즌 이탈리아 AC 밀란: 29경기 14골
2012-2013시즌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34경기 30골
2016-2017시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5경기 9골(진행 중)

※ 말뫼 시절을 제외하고 데뷔 시즌 모두 리그 우승 

글=조남기 기자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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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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