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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국회 정쟁에 화난 시민들

난라다리 0

1.“촛불 교훈 잊지 말아야” 
부총리 인선ㆍ국정교과서 추진 등
與野 손익계산하는 모습에 실망
2.“시민이 직접 주권 행사를”
‘국회, 그래도 믿어보자’ 주장 속
국민소환제 도입 추진 등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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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왕태석기자

 

 

회사원 황모(34)씨는 요즘 정치권을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 그는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고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했다. 표결 당일(12일)엔 연차까지 내 여의도로 달려갔고, 압도적인 가결 소식에 “이젠 새로운 사회가 온다”고 시민들과 함께 기뻐했다. 

기쁨도 잠시, 곧 실망이 몰려왔다. 국회는 다시 당리당략을 위해 이전투구하고 있다. 황씨는 16일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들 정도”라며 “국회가 자꾸 헛발질을 하면 이번엔 국회를 탄핵하자는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다시 뿔났다.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 승리’라고 환호했던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끝나기 무섭게 정치권이 또 정쟁으로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남아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촛불의 힘으로 대의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데 그치지 않고 낡은 체제를 허물어뜨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포부로 이어졌다. 그래서 국회의 역할을 기대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비정규직 해결 ▦정경유착 해소 등 사회전반의 부조리와 적폐를 이 참에 뿌리뽑고, 촛불민심을 제도권 정치 체제 안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실현해가길 바란 것이다.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국회는 공방만 벌이고 있다. 자영업자 윤학수(47)씨는 “촛불을 보고 정신차린 줄 안 여당은 국정교과서를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억지 부리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야당은 경제부총리 인선이나 통합을 두고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기 대선을 기대하며 손익 계산에만 골몰하는 모습도 실망을 더했다. 고교 교사 조모(33)씨는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를 밝히는데 일조했고 탄핵안도 가결시켜 기대가 컸는데 막상 탄핵 이후엔 편을 가르며 싸우고 있다”라며 “선출 권력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정쟁만 일삼으면 언제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촛불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남은 선출된 권력이 국회뿐이니 ‘미워도 다시 한번’ 믿어보잔 주장이 아직 우세하지만, 시민도 직접 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도 점점 세를 얻고 있다. 

시민 170명이 참여한 시민주권회의는 12일 출범식에서 “고작 대선후보를 정하고자 시민들이 거대한 촛불혁명을 진행한 건 결코 아니다”라며 “주권을 (국회에) 위임해 소멸시키지 말고 직접민주주의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민발안제 도입 ▦선출 공직자 대상 국민소환제 도입 ▦시민헌장 제정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의를 처음 제안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그간 국회에 주권을 위임했지만 선거 이후 어떤 힘도 행사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민의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평의회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토론에서 ‘국민소환제를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회는 사회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장기적으로는 선거구제 개편, 비례대표제 확대 등 대의제 민주주의를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정치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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