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WBC대표팀 승선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대표팀에 뽑아선 안 된다는 의견과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현역 메이저리거를 포함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출전하는 야구대회인 만큼 메이저리그에서도 압도적 마무리솜씨를 자랑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소방수 오승환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여전히 고심 중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만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리는 것보다 차라리 과감하게 오승환을 선발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오승환도 2일자 스포츠동아 신년인터뷰에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몸과 마음의 준비는 해놓고 있겠다”면서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자신이 발탁 되면 기꺼이 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미국 플로리다로 날아가 몸부터 만들고 있겠다고 전했다. 추후 소속팀의 허락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대표팀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생각이다. 오승환의 의사도 확고한 마당에 굳이 오승환을 선발하지 않아야할 근거와 이유도 없다.
● 해외원정도박 선수라 안 된다?
물론 반듯한 이미지였던 오승환이 해외원정도박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4년 벌어졌던 일로, 이미 법적 처벌이 끝난 사안이다. 지난해 1월 임창용(41·현 KIA)과 함께 법원으로부터 단순도박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형(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야구활동을 하는 데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오승환도 한때의 과오를 뉘우치고 성실히 법적 책임을 이행했다. 또한 인터뷰 때마다 “팬들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며 도덕적으로도 깊이 반성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해왔다. 스스로도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홍글씨 때문에 대표팀 승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승부조작과 같이 영구추방돼야 할 잘못도 있지만,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용서 받을 수도 있는 잘못도 있다.
단지 ‘과거’가 문제라면, 이전에 금지약물복용 선수나 병역비리 등에 연루됐던 선수들이 법적 책임을 다한 뒤에 WBC와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 받은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한 오승환처럼 KBO리그에 소속된 선수가 아닌 추신수(35·텍사스)는 미국에서 한때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지난해 11월 발표한 28명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현재 소속팀인 텍사스의 반대로 WBC 출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추신수의 대표팀 발탁 자체에 과거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같은 해외원정도박으로 징계를 받은 임창용은 태극마크를 달게 되고 오승환은 안 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율배반이다.
● KBO 징계 중인 선수라 안 된다?
오승환은 현재 KBO 징계 중인 선수일까. 정확히 규정을 해석하자면 현재 징계 중인 선수가 아니다.
KBO는 지난해 1월 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해 ‘KBO리그 복귀시’를 전제로 한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둘 다 ‘무적 선수’ 신분이었다. 임창용은 삼성에서 방출된 상태였고,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계약이 끝나고 어느 팀과도 계약이 되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만약 이들이 KBO리그의 특정팀과 계약하고 난 뒤 KBO 상벌위원회가 열려 징계를 내릴 경우 각 구단의 이해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임창용은 결국 지난해 3월말 KIA에 입단한 뒤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뛰었다. 그리고는 이번 WBC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그런데 오승환은 그 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일각에서는 “임창용은 징계를 받았지만 오승환은 아직 출장정지 징계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은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해석하자면, ‘KBO리그 복귀시’ 징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KBO리그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엔 그야말로 사문화되는 조항이다. 한마디로 현재 징계 중인 선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현 시점에서 보면 “KBO리그 소속도 아닌 선수를 왜 KBO가 징계를 줬느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당시 논리가 존재했다. 당시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들이 KBO리그에 복귀했다면 더 큰 논란과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복귀 조건부’ 단서가 붙은 징계를 결정한 것이었다. 그 조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쨌든 오승환은 현재 그 징계에 적용되는 시점도 아니고, 신분도 아니라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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