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이유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2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합병 성사를 위해 투자위에 압력을 넣은 사실을 특검 조사에서 자백했다.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해 기금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외부 전문가 성분 분석까지 지시하며 찬성을 이끌어낸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찬성 결정 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하고, 삼성 측이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한 일련의 과정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노후자금으로 쓰여야 할 국민연금 기금이 사실상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문 전 장관에게도 국민연금 기금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합병 성사 시 이 부회장 중심의 새로운 삼성그룹이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사의 주가 상승 등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주목한 분석이다. 합병이 무산되면 경영권 승계 지연으로 삼성의 사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삼성 측이 밝힌 합병 시너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긍정적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비하면 낙관적인 관측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겹치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 (합병은) 경영권 승계과정의 일환으로 판단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등 자문사도 삼성물산 주주 측에선 합병에 반대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특히 제일모직 주식보다 삼성물산 주식을 더 많이 보유했던 국민연금 입장에선 시너지 효과에 대해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투자위 내부에서도 현재 시점에서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고, 합병 시 무엇이 좋아지는지 등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하지만 투자위 회의는 지난해 7월 10일 위원 12명 중 8명이 찬성하는 등 압도적 찬성으로 결론 났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문 전 장관이 “(합병이) 100% 성사돼야 한다”고 국민연금 투자위에 수차례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했다. 문 전 장관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성향 파악을 지시하고, 대응 문건까지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합병 표결이 외부 전문가들에게 넘어가면 찬성 결정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문 전 장관이 투자위에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투자위가 독자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리자 의결권 전문위 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중요 사안을 전문위에 올리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위 위원들 사이에선 “우리가 바지저고리냐”며 크게 반발하는 기류가 있었다고 한다. 문 전 장관은 이런 움직임에 당황해 전문위원인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문 전 장관은 당시 “전문위원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상황 무마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너무 시끄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들렸다”고 했다. 복지부 장관이 외부 전문위원에게 안건과 관련해 전화를 건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문 전 장관은 당시 통화에서 투자위 결정은 자신도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검팀의 고강도 조사를 통해 투자위에 압력을 넣은 사실을 결국 시인했다. 박 교수는 “전문위원회 9표 중 찬성 5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투자위에서 통과시킨 게 아니겠느냐”며 “학자적 양심이 있다면 투자위에서 결정해선 안 되는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인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위로 넘어왔으면 밤을 새우며 합숙해서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투자위에서 결정돼 아쉬웠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황인호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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