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거부 입장을 밝혔던 청와대가 21일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검찰의 직접 조사 대신 탄핵 등 헌법적 절차를 요구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본격적인 ‘버티기’에 돌입했다. 민심을 외면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역주행에 국정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국회 추천 총리와 관련해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야권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전 절차로 총리를 추천하면 박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하야나 퇴진, 임기단축 등 전제조건 없이 국회가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내각 통할권을 주겠다고 밝혀왔다. 정 대변인은 논란이 일자 “야당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청와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이 총리 권한에 대해 밝힌 입장엔 변화가 없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100만 촛불 민심을 외면하고 버티기를 선택할 경우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많다.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 임명권, 연말 검찰 정기 인사, 내년 1월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 최고통치권자로서 인사권을 모두 사용하면 정치권으로선 탄핵 외에 해법이 없다. ‘최순실 특검법’은 야당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내에 임명하도록 돼 있다. 박 대통령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아 임명을 거부하거나 미룰 경우 복잡한 법리 논쟁이 불가피해진다.
박 대통령은 연말 검찰 정기 인사와 함께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 추천권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소장은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내정해 야당이 반발하면 장기간 공석이 된다.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황교안 총리가 직무를 대행하게 돼 국정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의결한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주재도 검토했으나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났던 원로 인사에게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원로 인사가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권하자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글=권지혜 최승욱 기자 /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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