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증인 이영선 모르쇠 일관…'윤전추 판박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7.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업무특성상 말할 수 없다" … 재판관들, 증언촉구
朴대통령 세월호 행적·비선진료 의혹 해소 안돼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김일창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예정된 신문에 한 차례 출석하지 않았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나왔다.

이 행정관은 이날 오전 재판에서 지난 5일 2회 변론 때 증인신문에 나온 윤전추 행정관과 '판박이'처럼 대부분의 주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의상대금' 등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대목에 대해서만 진술했다.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청와대 출입 관련 질문에 "업무특성상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이 '보안손님 데리고 올 경우 누구 지시를 받는지' '지금까지 한 달에 몇 번 정도 최씨를 청와대로 데리고 왔는지' 묻자 이 행정관은 "업무특성상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주심 강일원 재판관(58·사법연수원 14기)이 "해당 발언은 국가기밀에 관련된 것도 아니다"라며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증언해야 한다"면서 증언을 촉구했다.

심지어 2회 변론 때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행정관을 언급하며 "윤 행정관도 마찬가지인데 마치 범죄행위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장 박한철 헌재소장(64·13기)도 "증인은 법정에서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그 이후에도 박 대통령 수행업무와 비공식업무가 자신의 업무라며 대통령 옷을 가져오는 일이 업무에 포함된다고 밝혔을 뿐 상당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세월호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비선진료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윤전추 행정관과 거의 같은 진술을 내놨다.

이 행정관은 국회 소추위원 측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3시 중대본 방문을 지시한 것을 그 시점에 알았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도 누가 수행했냐고 묻자 "다른 직원이… 저는 안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다른 누가 수행했냐"고 묻자 "업무 관련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제가 알기로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 티비가 없다"며 "관저 집무실에는 없지만 언제든지 TV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고 몇 발짝만 나가면 티비 볼 수 있는 그런 환경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또 '기치료·주사 아주머니가 어떤 일로 왔는지 아는 게 있냐'는 질문에 "그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논란이 일고 있는 '의상비용 대금 지급'과 관련해선 검찰조사 때와 다른 대답을 내놓으며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봉투를 줬고 만졌을 때 돈이란 걸 알 수 있었다"며 "언제인지 특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몇 차례 의상실에 의상대금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 측이 "증인(이 행정관)은 검찰에서 '의상실 존재는 본인과 윤전추 행정관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본인은 의상대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의상대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고 하면 허위진술 아니냐"고 캐물었다.

그러자 이 행정관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그날 아침 압수수색을 당해 정신이 없었고 오후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며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 발언할지 몰랐고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 당황스러워 말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지난 5일 2회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행정관도 박 대통령 의상비용 대금 지급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의상실 대금을 직접 제게 줬다"며 "현금으로 받은 것 같다. 노란 서류봉투에 돈인지, 서류인지 의상실에 갖다 주라고 하셨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행정관은 당시 심판정에 나와 국회 소추위원 측이 묻는 대부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제가 말씀드릴 수 없다"는 등 답을 피하며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업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도 윤 행정관은 "말씀드리는 것이 곤란하다"고 말했고 그밖에 대부분 질문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자 박 소장과 강 재판관은 윤 행정관에게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증언을 촉구했다.

한편 이 행정관은 이날 "박 대통령 당선 즈음 최씨를 의상실서 처음 만났으며 최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2016년 초"라고 말했다. 또 "의상실에서 고영태씨를 본 적이 있다"며 "고씨를 통해서 샘플을 받거나 의상을 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