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공식기록 안 남는 불법 전화로
업무시간 통화한 흔적 무더기 발견
문고리·이영선·윤전추 통화내역도
정호성 전 비서관이 ‘청와대 업무폰’ 외에 따로 만들어 소지한 ‘대포폰’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최순실씨 등과 통화를 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정호성(구속기소) 전 비서관에게 배정된 ‘청와대 업무폰’ 외에도 정 전 비서관이 따로 만들어 소지한 ‘대포폰’으로도 전화를 걸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 대포폰은 정 전 비서관이 주로 최순실(구속기소)씨와의 통화를 목적으로 개설한 것으로, 최씨가 국정운영 방향 등을 지시하는 통화녹음 파일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정 전 비서관의 대포폰 통화내역에는 ‘피(P)’와 ‘에스(S)’라는 이니셜로 표기된 전화번호가 자주 등장한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에스는 최순실씨이고, 피는 대통령님이다”라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정 전 비서관의 대포폰에는 안봉근, 이재만, 이영선, 윤전추 등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과 통화한 내역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29일 정 전 비서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8대의 휴대폰과 태블릿피시 1대를 압수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중 3대의 대포폰을 돌려가면서 최씨와의 통화에 사용했다. 정 전 비서관은 특검 조사에서 “내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에는 찜찜한 면이 있어서 아는 사람의 명의를 빌려 대포폰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이 대포폰을 이용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이 공식 업무시간에 굳이 공용폰을 두고 비서관의 대포폰으로 전화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포폰에는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이영선, 윤전추 행정관과 통화내역도 들어 있어 특검은 정 전 비서관 외 ‘문고리 3인방’ 역시 최씨 존재를 알고 국정농단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타인 명의로 만든 대포폰은 통화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북한 사이버공격의 주요 타깃이다. 이 때문에 국가정보원 주도로 2014년 초부터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보안폰’이 지급되기도 했다. 정작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비선실세와의 은밀한 통화를 위해 불법 대포폰을 사용한 것이다.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의혹과 관련해 6일 오후 임대기(61) 제일기획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제일기획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했는데, 실제 이 돈의 출처가 삼성전자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특검팀은 임 사장을 상대로 이 부회장의 개입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특검팀은 삼성전자 외에도 에스케이(SK)와 롯데그룹 등 다른 대기업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의혹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단서를 잡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했으며, 정유라씨의 이대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영지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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