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특혜 지원 등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은 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실을 나오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뇌물죄’ 입증 자신하는 特檢
삼성 합병前 정유라 지원 정황
2015년 228억 지원계획 작성
崔, 朴 의류·주사비 등 대납
재산공동체 형성 관계로 판단
삼성 “공갈·강요탓” 강력 반박
삼성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갈·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를 지원했다고 주장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대가를 바라고 자발적으로 지원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부터 이어진 22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에서 최 씨 일가 지원에 대한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는데, 특검팀은 “예상한 일”이라며 그의 진술과 상관없이 이미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 부회장에 대해 14일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 전에 이미 삼성이 정 씨 지원에 나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승마협회는 2015년 6월 삼성이 정 씨에게 2015년부터 2018 년까지 228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계획을 짰다. 특검팀은 이 계획안을 최 씨 측근이었던 박원오(68)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전무는 특검 조사에서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정 씨를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박 전 전무 아내 명의로 된 ‘유령회사’에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결정 전 수차례 돈을 보낸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특검은 삼성이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 선임된 이후,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이 최 씨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한 정황도 상당수 확보했다.
삼성의 지원에 대한 ‘대가성’을 확인한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죄를 바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씨에 대한 삼성 지원 수혜가 박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문제와 관련, 특검팀은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하고, 주사비 등 의료비용을 대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30∼40년간 사실상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한 관계로 판단했다. 최 씨의 경제적 이득은 곧 박 대통령의 이득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물증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 씨가 30∼40년간 박 대통령 옆에서 박 대통령 관련 돈을 썼다는 점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 등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삼성에 대한 수사가 훨씬 더 잘 돼 있다. 법원에 가서도 뇌물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의 입장은 다르다. 삼성은 박 대통령과 최 씨 등에게 삼성 합병 지원을 부탁한 일이 없는 등 ‘대가’를 바라고 정 씨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법정에서 그대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손기은·윤명진 기자 son@
■ 글로벌 신뢰 추락 우려 목소리
혐의입증 안된 총수 구속 위기
재계 “대통령 강요땐 거절 못해”
“특검, 설령 혐의 확신하더라도
기업활동 하며 재판받게 해야”
李, 밤샘조사 뒤 업무 위해 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밤샘 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귀가 대신 출근을 선택했으나 삼성 그룹이 처한 대내외 상황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 소환 조사를 다룬 외신의 잇단 보도로 오랫동안 쌓아온 글로벌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는 데다, 대규모 인수·합병(M&A) 건과 관련된 주주 집단 반대소송에까지 휘말리고 있다.
문제는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주를 만나 합병의 정당성을 설득해야 하는 이 부회장 본인이 정작 출국금지에 구속까지 염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게다가 특검팀이 삼성 최고경영진의 일괄 사법 처리 방침까지 내비쳐 사업 재편과 인사, M&A 등 굵직굵직한 경영 현안을 책임져야 하는 핵심 지도부의 ‘집단 경영 공백’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뚜렷한 혐의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 매출 270조 원(2015년 국내 법인 기준)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총수의 손발을 묶어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라는 반문과 한국 경제 디스카운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50분쯤 특검 사무실을 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오른 뒤 수㎞ 떨어진 서초사옥에 도착해 41층 집무실로 향했다.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을 비롯해 대부분 임직원은 서초사옥에서 대기했고, 일부는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 밤을 지새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귀가 대신 곧장 출근을 선택했으나 삼성그룹이 처한 대내외 상황은 ‘악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삼성 이미지가 악화하고, 경영권 승계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일제히 전했다. 이런 속에서 이 부회장을 귀가시킨 특검팀은 여전히 승마 지원과 합병 간에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고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정이 이처럼 돌아가자 경제계를 중심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의가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를 책임질 재계 총수의 신병 구속을 강행하면 국민 여론도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도 “대통령이 협박과 다름없는 요청을 하는데 과연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인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특검이 설령 혐의를 확신하더라도 글로벌 기업집단을 이끄는 총수로 하여금 기업활동을 병행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게 합리적 처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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