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물고… 눈 감고…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왼쪽 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각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등 혐의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인사 1만 명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윗선’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대질 조사를 포함한 장시간 조사를 벌인 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지휘한 의혹을 받는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최순실을 모른다는 입장에 변함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조사실로 향했다. 이보다 30분 앞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전달에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왕 실장’으로 불린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이 리스트는 정무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구속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등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김 전 실장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문체부 직원 컴퓨터 등에서 그가 정무수석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에 대해 보고받는 등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말을 맞출 가능성 등에 대비해 30분 차이로 같은 날 소환했다. 또 두 사람의 국회 청문회 답변 등을 볼 때 혐의를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적극적인 대질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들에 대한 ‘구속 수사’ 등 고강도 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지시·관여 혐의도 밝힌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김 전 실장을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손기은·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