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뇌부-안종범 문자메시지 살펴보니
지속적으로 사면 청탁 작업
광복절 유일한 기업인 특사로
SK그룹 수뇌부가 ‘불법 선물투자’ 사건으로 구속됐던 최태원(57) 회장의 2015년 광복절 특사 석방을 위해 1년 가까이 청와대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김창근(67) SK이노베이션 회장은 2014년 9월 29일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제수석님. (중략) 보다 더 알찬 계획과 결실 있는 실행이 되도록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수석님 바라시는 대로 하루빨리 우리 경제가 튼튼한 반석 위에 도약과 발전이 지속되도록 SK가 열심히 동참하고 선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대전ㆍ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 개소식을 10여일 앞두고 건넨 인사였다. 당시는 500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된 최 회장의 수감 기간이 1년 9개월째에 이르던 때로 김 회장은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었고,안 전 수석은 기업들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수석 자리에 있었다.
같은 해 10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참여한 센터 개소식이 끝나자 김 회장은 다시 안 전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수석님께서 잘 이끌어 주셔서 좋은 결과를 이룬 듯합니다. 저희 구성원 모두는 (중략) 대통령님께서 만족해하시며 격려해 주심에 더움 힘을 내어 창조경제를 꽃피우는 데 앞장설 것을 함께 다짐했습니다.” 얼핏 봐선 통상적인 ‘감사 인사’ 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후 행보를 보면 안 전 수석의 ‘환심’을 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의혹이 제기된다.20일 뒤인 11월1일 김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에서 “국정을 다루심에 바쁘신 줄 아오나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심을 허락해 주시기를 앙청합니다. 이른 조찬, 저녁, 아니라면 잠시의 시간이라도 저는 관계없습니다”라고 만남을 청했다. 이튿날 두 사람은 서울 시내 P호텔에서 만났고, 김 회장은 최 회장의 ‘성탄절 사면’을 요청했다. 사면청탁을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성탄절 특사 명단에 기업인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이듬해 7월 13일, 김 회장은 P호텔에서 가진 안 전 수석과의 또 다른 회동에서 최 회장 사면을 거듭 부탁했고, 안 전 수석은 ‘구체적인 조언’을 건넸다.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 등에 대해 SK가 할 수 있는 일을 대통령 면담 때 발표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같은 달 24일 대통령 독대에서 SK하이닉스의 50조원 투자계획 등을 밝혔고, 최 회장은 다음달 단행된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최순실 게이트’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최 회장 소환조사에서 이 같은 문자메시지들을 제시하고, 개입 여부를 캐물었다. 최 회장은 그러나 “몰랐다”는 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사면 경위를 듣고 난 이후에도 “내가 뭐라고 말할 성질이 아닌 것 같다”, “징역 4년형은 과하다고 대통령이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등의 답변으로 ‘대가성 의혹’을 부인했다.그러나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최 회장 사면과 관련해 청와대와 SK의 ‘부정한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SK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하게 된 정확한 경위에 대해 조만간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태원 SK회장이 이달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하려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SK그룹측은 “31개월간의 회장 부재기간 동안 경영공백 어려움을 호소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며 “사면을 위해 부정한 자금을 지원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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