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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은 잘 나가는데 출전시간은 줄고' 아이러니 빠진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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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25)이 아이러니에 빠졌다. 팀이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잘 나갈수록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토트넘은 최근 EPL에서 6연승을 거두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1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승점 45점으로 리그 2위다. 선두 첼시와 승점차는 겨우 4점. 지금 기세라면 56년 만에 리그 우승도 노려볼만 하다. 

토트넘은 지난 5일 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연승(14승)을 노렸던 첼시를 2-0으로 꺾었다. 14일에는 리그 8위 웨스트 브로미치를 4-0으로 제압했다. 웨스트 브로미치가 4골 차로 패한 것은 올시즌 처음이었다.

하지만 팀의 연승과는 별개로 손흥민은 웃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손흥민은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그것도 경기 막판에 짧은 시간만 기용되고 있다. 첼시전에선 2-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 잠깐 나왔고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도 후반 44분에 나와 3분 정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컨디션이 시즌 초반에 비해 딱히 나쁜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9일 FA컵 64강전 아스톤빌라전에서 시즌 8호골을 터뜨리며 뜨거운 골 감각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9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뒤 잠시 슬럼프를 겪었지만 지금은 몸상태가 확실히 회복됐다.

문제는 토트넘의 전술변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주 포메이션으로 4-2-3-1을 구사했다.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을 뒷받침할 2선 공격수 3명 가운데 한 자리에 손흥민을 거의 포함시켰다.

하지만 최근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3-4-2-1 포메이션이다. 수비와 2선 공격수 1명씩 줄이는 대신 미드필드를 보강했다. 2선 공격수 한 자리가 줄어들면서 손흥민이 선발에서 밀려났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지원할 공격형 미드필더로 크리스티안 에릭센(25)과 델리 알레(21)를 절대 신임하고 있다.

팀 입장에서만 보면 스리백 전환은 ‘신의 한수’다. 스리백을 가동한 4경기에서 토트넘은 모두 승리했다. 특히 수비에서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릭 다이어와 토비 알더웨이럴트, 얀 페르통언으로 이어지는 스리백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빈틈을 노출하지 않는다. 그 앞에 체격조건과 운동능력을 겸비한 빅토르 완야마(26), 무사 뎀벨레(30)가 버티면서 수비의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 입장에선 팀이 잘나가는데 굳이 전술이나 선수 기용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 손흥민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지만 팀이 잘 풀리니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다.

손흥민은 FA컵 64강전을 마친 뒤 ‘지금 상황이 행복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 “경기를 많이 뛰면 좋겠지만 일단 경기장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살짝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본인도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대놓고 불만을 드러낼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스리백의 핵심인 수비수 베르통언이 지난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베르토엉의 부상이 장기화될 경우 포체티노 감독으로선 다시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이 선발로 돌아올 수 있다.

동료의 부상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래도 기회를 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토트넘의 다음 경기는 22일 강호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다. 만약 선발 출전기회가 주어진다면 손흥민에게는 주전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16일 유럽 5대 빅리그 선수들의 가치를 평가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손흥민은 2480만 유로(562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69위에 랭크됐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다. 1위는 바르셀로나에서 활약 중인 네이마르(브라질)로 2억4680만 유로(3095억원)였다.

이석무

기사제공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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