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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승리의 기쁨과 세계의 높은 벽 동시에 느낀' 정호영이 말하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발전'

조아라유 0

프랑스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정호영. (C)FIVB
 

 



정호영은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최장신 선수다. 190cm인 그는 미들블로커의 축이다. 박정아(187cm), 이주아, 이다현(이상 185cm) 등 180이 넘는 몇몇 선수들이 있지만 코트 위에 선 정호영은 눈에 보일 정도로 동료들과 신장 차이가 느껴진다.

경기에 나선 그는 점프력과 체공력으로 방어선을 구축한다. 특유의 속공도 일품이다.

그는 지금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2024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3주차 경기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미국 알링턴에 이은 마지막 여정이다.

정호영은 지난 13일 프랑스전 승리에 기여했다. 첫 질문에 미소를 보인 그는 "올해 VNL에서는 각 주차 별로 승리해야 하는 경기를 설정해 놓았습니다. 3주차에서는 프랑스전이었습니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쫓기지 않고 플레이를 펼치면서 풀어냈더니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기뻤어요. 개인적으로는 VNL에서 선발로 나선 첫 승이었기에 의미가 남다릅니다"라고 말했다.

정호영은 이번 VNL 초반 선발로 나서다 이후 벤치에서 머문 시간도 있었다. 3주차에선 다시 중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선발 출전 혹은 벤치 출발에 대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모랄레스 감독님이 판단하실 부분이죠. 높이가 필요하면 제가 나가 싸우고, 스피드가 필요하만 이다현, 이주아 선수가 뛰면서 상대 팀에 맞게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표팀은 상대에 따른 맞춤 전략으로 임하고 있어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제가 들어가더라도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4 대표팀 경험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성장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호영은 "작년에 비해 올해 대표팀 경기를 이어가면서 '보이지 않는 플레이'가 조금은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2단연결 상황이 있고요. 또 서브를 구사한 이후 랠리에서의 수비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네트 앞에서의 플레이도 있죠. 아직 멀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조금씩 성장한다고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호영의 플레이를 유심히 봤다면 알아차릴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해요. 특히 리딩 블로킹이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어요. 또한 공격성공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어요. 제가 상대 블로킹이나 수비 방향으로 공을 때리고 있기 때문이죠. 상대가 원 블록일 때 확실한 공격으로 해결하려고 노력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대표팀은 모랄레스 감독 부임 이후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눈에 보인다. 특히 윙공격수는 낮고 빠른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미들블로커 쪽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프랑스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정호영. (C)FIVB

 

 



정호영은 "변화가 있어요. 미들블로커도 리시브 상황 뿐아니라 반격 상황에서도 빠른 공격을 전개하려 합니다. 상대가 완벽한 블로킹이나 수비위치를 찾기 전에 공격하며 득점루트를 만들려 하고 있어요. 강한 공격도 중요하지만 반격할 때 강공이 어렵다면 상대 세터나 주공격수에게 연타를 까다롭게 구사해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도 계속 훈련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제대회 현장에서 정호영을 계속 지켜봤지만 올해처럼 미소를 보인 적은 없었다. 정호영 특유의 미소를 국내무대가 아닌 국제경기에서 본 건 처음인 듯 싶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인지 궁금했다.

정호영은 "작년에는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패배의 시간이 대부분이었죠. 개인적으로도 그랬지만 팀 전체적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올해 VNL을 소화하면서 승리도 경험하고, 비록 패하는 경기일지라도 이전보다 나은 경기를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많이 회복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상대는 늘 강력해요. 세계적인 선수들이죠. 격차를 단계별로 줄이기 위해 소소한 목표를 각자 세우며 이뤄가고 있어요. 그렇게 자존감도 올리고 있죠"라고 말했다.

소소한 목표의 내용이 궁금했다. 정호영은 슬쩍 미소를 보이더니 "제 경우에는 상대 주공격수를 블로킹으로 꼭 막아내기, 페인트로 3득점 이상 올리기, 블로킹 바운드를 5개 이상 시키기 등 경기나 상황에 따라 작은 목표를 세워 실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성과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니 정호영은 "아직 리딩 블로킹이나 공격에선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높이로 지키는 블로킹 면에서는 자신감이 많이 붙었습니다. 그 부분이 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정호영은 3주차 경기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다. 프랑스전 승리 이후 하루 만에 세계 최강 중 하나인 이탈리아를 상대했다. 현격한 실력 차가 느껴진 경기였다.

경기를 마친 정호영은 "이탈리아와 경기를 하면서 상대 공격수가 블로킹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로킹을 하는 제 입장에서도 상대편 코트에서 세팅된 볼이 올라가면 리딩 자체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상대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만의 배구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니 끌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반성해야죠"라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조금 당황하긴 했어요. 완벽하게 세팅이 된 볼은 알고 뜬 맨투맨 블로킹 상황이었는데도 손이 닿지 않더라고요. 전략을 빨리 수정해 대처했었어야 했는데 조금 그런 부분에서 늦었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호영은 아주 강하고 빠른 상대를 접하면서 체감효과를 얻었다. 상대의 빠르고 높은 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은 할 수 있었다. 소중한 경험이다.

이제 그는 네덜란드와의 경기 만을 남겼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시간이다. 정호영은 "강한 상대를 또 만납니다. 힘든 싸움일거라 생각하지만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훈련의 변화,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의 변화 속에 정호영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미래의 정호영이 기대되는 이유다.

기타큐슈(일본)=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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