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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기각-선고연기 루머 난무… 정치권은 편승해 헌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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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헌재 흔드는 괴담]탄핵심판 ‘가짜뉴스’ 확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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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으로 심증을 굳혔다” “재판관 3명이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있다”라는 등의 루머가 퍼지고 있다. 재판관의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포함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일부 급조된 인터넷 매체에서는 이 같은 루머를 이용해 만든 ‘가짜 뉴스’를 인터넷에 퍼뜨리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탄핵 기각’ 루머… 재판관 실명 포함

가장 많은 루머는 ‘탄핵 기각설’과 ‘선고 연기설’이다. “보수 성향의 A 재판관과 B 재판관이 탄핵 기각으로 심증을 굳혔으며 이 재판관들이 안정적 기각을 위해 C 재판관을 설득 중”이란 내용이다. 실제 루머엔 재판관 실명이 등장한다. 현 ‘8인 재판부’ 체제에서 탄핵이 기각되려면 재판관 3명 이상의 기각 의견이 필요하고, 3월 13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한 뒤에는 2명만 기각 의견을 내도 탄핵이 무산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비슷한데 다른 재판관들의 실명이 거론된 루머도 있다.

이런 루머는 헌재의 의사 결정 과정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재판관들은 최후변론 등 심리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평의가 열려야 비로소 각자 최종 판단을 밝힌다. 평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재판관들이 서로의 의견을 알 수 없는 구조다.

또 “헌재가 고의로 3월 13일 이후로 결정을 미룬 뒤 ‘7인 재판부로는 결정을 못 한다’고 선언할 것이다”라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이 권한대행 퇴임 후 재판관 한 명이 사퇴해 정족수 부족으로 심판 자체가 무산될 것이다”라는 음모론까지 있다. “재판관 8명 중 3명이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며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있다”라는 ‘파면 주도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특검의 태생이 잘못됐다’며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라는 ‘소장 기각설’, “3월에 온 나라가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으로 갈려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다”라는 ‘3월 대란설’이 확산되고 있다.

○ 루머에 편승하는 정치권

이런 루머는 7일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8명을 추가 채택하면서 더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 증인신문 일정상 탄핵 여부 결정이 2월에 안 되기 때문에 늘어난 변수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 진위를 따지기보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어떻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헌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루머 확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는 8일 긴급 회동을 열고 헌재를 향해 “3월 13일 이전에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집회 등에 참석해 “헌재가 심리 진행에 신중해야 한다”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한 웹사이트에는 탄핵 관련 루머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 사이트 회원들은 SNS를 통해 이 루머를 퍼 나르고 있다. 한 단체는 최근 탄핵 반대 목적의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이 매체는 ‘강일원 재판관은 법치 파괴에 앞장서는가’ ‘헌재소장 야권과 결탁했나’ 등의 기사가 포함된 인쇄물을 만들어 이른바 ‘태극기 집회’ 등 박 대통령 지지 집회 현장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다.

○ 헌재 “재판 관련 억측 매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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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12차 변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인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이 자리에 앉고 있다. 안철민 기자 

 

 

이처럼 각종 루머가 퍼지고 있는 데 대해 이 권한대행은 9일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에서 “헌재는 어떤 편견이나 예단 없이 심리에 매진하고 있다”며 “재판 진행 및 선고 시기와 관련해 여러 억측이 나오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심판정 안팎에서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헌재 내부에서는 “탄핵심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두가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헌재 관계자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를 근절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석준·신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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