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나갑니다.”
양현종(29·KIA)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대표팀 합류를 위해 겨울 훈련 페이스까지 바꿨다.
양현종은 4일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WBC에는 당연히 나갈 것이다. 어깨 상태도 좋고 지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며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이미 훈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WBC 대표팀이 발표한 최종엔트리 28명 가운데 양현종은 장원준(두산), 김광현(SK)과 함께 대표팀 선발진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수술을 받게 된 김광현이 4일 제외됐다. 대표팀의 마운드 고민이 크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양현종이 어깨 재활 중이라고 전해 들었다. 봄에 피칭 스타트가 늦다는 점도 고민거리”라며 양현종의 대표팀 합류 여부에 대해서도 확정짓지 못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출전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이미 준비에 들어갔고, 어깨 상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양현종은 “어깨는 괜찮다. 이닝을 많이 던졌지만 시즌 마친 뒤 ‘무조건 쉬라’는 김기태 감독님의 배려로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다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대표팀 선발 당시에는 병원에서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어깨가 아팠고 구위 자체도 피해만 끼칠 것 같아 물러났지만 그때의 아쉬움을 이번에는 꼭 만회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출전 의지를 밝혔다.
이미 훈련도 시작했다. 김인식 감독이 염려한 “봄 스타트가 늦다”는 것은 양현종의 겨울 훈련 페이스를 말한다.
양현종은 지난 2년 동안 시즌 전 피칭 훈련을 매우 늦게 시작했다. 전지훈련 전 개인훈련 기간에는 어깨 보강 운동 위주로 훈련하고 1월 중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체력훈련을 시작했다. 공을 잡는 시점은 2월 초로 상당히 늦었다. 보통 선발 투수들이 2월 말 스프링캠프 후반 연습경기에서 시작하는 실전 피칭을 지난 시즌 양현종은 시범경기 개막 이후에야 했다.
양현종은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데 체력적인 면에서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어깨 상태가 시즌 끝까지 버텨주지 못했다. 시즌 후반기가 되면 구위가 떨어지거나 부상을 당하곤 했다. 이에 양현종은 2015년 시즌 전부터는 풀타임 활약을 위해 시즌 전 피칭 훈련 자체를 늦게 시작하는 방법을 썼다.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특별히 개인 스케줄을 허락 받았고, 훈련 페이스를 훨씬 뒤로 늦췄다. 2015년 평균자책 1위를 기록한 양현종은 지난 시즌 처음으로 200이닝을 넘게 소화했다. 훈련에 변화를 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훈련 페이스를 다시 앞당긴다. WBC 출전을 위해서다.
양현종은 이미 체력훈련을 시작했다. 광주에서 어깨 보강 운동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훈련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양현종은 “다음주부터는 캐치볼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 만지는 시점 자체를 3주 정도 앞당긴다”고 말했다.
올해는 양현종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을 시도하다 KIA 잔류를 선택한 양현종은 협상 과정에서 팀 상황에 맞춰 계약기간 1년(22억5000만원)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계약을 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KIA와 재계약 하면서 보전해줄 것을 약속받았지만 실제 계약을 한 것은 아니기에 올해 성적이 대단히 중요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WBC 출전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 출전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꼭 갚고 싶어서다. 부상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2년 동안 훈련 페이스를 늦춘 효과를 많이 봤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앞당긴다고 해서 굳이 나빠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공은 어차피 1년 내내 던지는 것이다.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것이고, WBC에 나간다고 해서 또 여름에 지친다면 그건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KIA 구단 역시 ‘재활 중’이라는 대표팀의 표현에 대해 “양현종이 최근 몇 년 동안 봄에 훈련 자체를 늦게 시작한 데 대해 설명했는데 ‘재활’로 표현된 것 같다”며 양현종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인식 감독은 양현종의 대표팀 최종 발탁 여부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했으나 그 원인을 양현종 스스로 명확히 해명했다. 부상도 없고, 출전을 위해 이미 훈련을 시작했다. 고민 많은 WBC 대표팀 마운드에서 적어도 양현종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