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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기준없이 최순실 입맛따라 만든 의혹

난라다리 0

[동아일보]
해외서 주로 활동한 예술가 포함… 소설가 한강-박범신도 명단에
“최순실, 좌파 잡아야한다 말해” 증언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특별한 계통 없이 최순실 씨(60)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정리됐다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특검이 확보한 블랙리스트에는 세간에 알려진 9473명 명단에 없는 문화예술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입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독일 등 주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5·여)가 포함돼 있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인 양 씨는 2006년 ‘사동 30번지’, 2010년 ‘셋을 위한 목소리’ 등 국내에선 개최한 개인전이 손에 꼽힐 정도다. 특검은 양 씨가 국제적으로 촉망받는데도 명확한 사유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전시 대관 지원을 가로막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블랙리스트에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씨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이 밖에 소설가 박범신 씨와 시인 안미현, 배우 송강호 김혜수, 영화감독 박찬욱, 시인 강은교 씨 등도 포함돼 있다.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 등 별다른 분류 체계 없이 블랙리스트가 꾸려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문체부는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관리대장을 만들고 수시로 업데이트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작성된 대장에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단체와 개인들에게 하는 예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침이 적혀 있다. 문체부 주변에서는 “최 씨가 ‘좌파 잡아야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식의 증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 씨 심기에 거슬리거나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야당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면 밑도 끝도 없이 ‘좌파’로 몰렸다는 것이다.

 특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 강도와 속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특검은 28일 오후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5)을 불러 조사했다.

신나리·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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