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아름 기자]"우린 저급할 것이다."
14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웨딩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KBS 2TV 새 예능 ‘하숙집 딸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엄마 이미숙을 비롯해 첫째 딸 박시연, 둘째 딸 장신영, 셋째 딸 이다해, 막내 딸 윤소이, 남동생 이수근, 유일한 하숙생 박수홍이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숙집 딸들'은 팜므파탈 안방마님 이미숙과 미모의 네 딸 박시연-장신영-이다해-윤소이, 이와 더불어 만년 개그 고시생 박수홍과 미숙의 남동생 이수근이 하숙집에서 벌이는 시추에이션 리얼 버라이어티다. 여배우들의 거침없는 토크와 꾸밈없는 솔직함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연출을 맡은 정희섭PD는 "기획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이거 드라마냐? 시트콤이냐?' 였다. 배우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이 프로를 통해 배우들도 당연히 연기를 잘하시지만 배우들도 예능을 잘할 수 있다, 또 배우들이 예능을 하면 더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섭외했느냐다"며 "사실 배우들이 예능 출연을 결정하는 게 되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래서 섭외 단계에서 이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이냐 했을 때 '고품격 부띠끄 토크쇼'란 듣기 좋은 말로 섭외했다"고 섭외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여배우들에게 민낯을 공개해야 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숙집 딸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거의 없는 여배우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왜 '하숙집 딸들'을 선택했을까.
이와 관련, "연기하는 연기자가 예능에 출연한다는 건 생각을 많이 해야되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연 이미숙은 "이미지를 많이 고수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예능에서 무너지는 모습,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실 선뜻 응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미숙은 "연기를 쭉 오랜 세월 해오다보니 이것도 하나의 장르라 생각한다. 남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연기라 생각할 수 있겠더라. 무엇보다도 내가 예능에 가장 관심도 많았다. 원래 우울한 사람이 아니다. 웃음도 많고 긍정적인 걸 많이 생각하면서 살려고 하는데 요즘은 연기자들도 숨어있는 게 미덕은 아니더라. 그게 요즘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장 이 생활을 하면서 도전하는 데 있어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게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인데, 좀 더 촉이 떨어지기 전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란 생각에 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숙은 "마침 배우들만 모아서 한다고 하길래 거기서 내가 1등은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해봤더니 만만친 않더라.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다. 내 일상이 즐거워졌다. 후배들이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에 있어서 늘 화이팅하자고, 다른 장르고 그들에게 선례가 될 수있는 거니까 열심히, 욕심내지 말고 웃겨보도록 하자고 매주마다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예능 고정 출연이 처음이라는 이다해는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는데 식구들과 몇 번 촬영하는데 '안했으면 어하나' 싶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 배우로서 이런 경험 한 번쯤 해보는 게 값지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여배우들 사이 기싸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우린 저급할 거다. 기싸움이 있을까 싶었는데 다들 친하거나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둥이다. 특히 장신영 박시연은 둘 다 순둥이라 견제할 건 서로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다해는 "게임을 생각보다 너무 독하게 한다. 내가 처음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예능이 두려워 고사했는데 그 때 제작진이 나한테 말씀하시기를 순하디 순한 고품격 프로라 했다. 근데 저품격이다 싶을 정도로, 게임을 초반부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해서 놀랐다. 근데 가면 갈수록 나도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있더라. 초반 게임을 하고 나서 멘붕이 왔는데 지금은 윤소이한테 가끔씩 문자를 보낸다. 짜장면 게임 다시 하면 내가 1등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게임으로라도 이기고 싶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하숙집 딸들'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반전 매력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숙은 합숙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딸들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했다.
먼저 첫째 딸 박시연에 대해 "박시연은 맹하다. 프로가 가면 갈수록 얘만 살아남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질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다해 같은 경우 뭔가 보여주려고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니 지치는 거다. 박시연은 정말 뚝심이 있더라"고, 둘째 딸 장신영에 대해선 "드라마에서 비서 역할을 하는 걸 감명깊게 봤는데 책임감이 있더라. 싸움 잘하게 생겼고, 몸이 유연하더라. 그래서 되게 정의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미숙은 셋째 딸 이다해에 대해선 "'에덴의 동쪽' 때 같이 하고 이번에 처음 봤다. 첫 촬영을 다해네 집에서 했는데 정리정돈을 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저 나이에 여성성을 갖고 꾸미는데 애착을 갖고 있는 배우인줄 처음 알았다. 정말 다르게 봤다. 그랬듯 시청자들도 다른 면이 보일 것 같다. 깍쟁이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에 이 프로로 인해 색다른 모습이 보여지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되게 살림꾼이다"고, 막내 윤소이에 대해선 "막내라 하기엔 나이가 되게 많이 먹었다. 막내같고 철없다. 대신에 발랄하다. 난 발랄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되게 밝아서 좋다"고 전했다.
여배우들을 옆에서 지켜본 예능꾼 박수홍, 이수근도 여배우들의 순수함을 예고했다. 이날 "다들 순수하다"고 운을 띄운 이수근은 "예능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위치가 있으니까 그걸 생각하면서 움직이는데 첫 촬영할 때 배우들 엉덩이가 카메라를 다 가릴 정도로 예상 안되고 선수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모습이 재밌는 것 같다. 하기 싫어도 미숙이 누나가 하자고 하면 운동화 끈을 졸라매는 모습이 있다.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들이나 카메라 앞에서 거울 보고 얼굴 고치는 순수한 모습이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수근은 "촬영장 나오는 모습이 즐거워보인다.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 예능을 떠나 그 집에 있으면 다 똑같아지는 것 같다"며 "처음엔 걱정했다. 배우들이다 보니 준비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걸 우리 미숙이 누나가 다 잡아준다. 낮잠도 없고 사람을 되게 불편하게 하는 기운이 있어 '야 녹화해' 그럼 다 끌고 내려온다. 중간에 텀이 없다. 여배우들이다 보니 거울도 보고 해야하는데 누나가 워낙 복장도 편하게 입고 계시다보니 다른 분들도 '야' 하면 바로바로 나온다. 그리고 표정에서 다 나온다. 하기싫거나 지루하면 하품한다. 그럼 내가 캐치해서 빨리 끝낸다. 게임도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데 장신영씨가 스타트를 잘 끊어준다. 정말 가족이 된 느낌이다. 촬영같지 않고 매번 녹화가 끝나면 회식하고 갈까 싶은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좋다"고 밝혔다.
이미숙 역시 "연기자는 항상 짜여진 각본에 의해 어떻게 해야된다고 연구해오고 설정해오고 그런 것들만 보여줬던 사람들인데 '너네 마음대로 해봐' '주제도, 각본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해봐' 하고 던져졌을 때 우리의 모습들이 관전포인트가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우리가 던져진 것에 익숙해져있지 않다. 거기서 나오는 불협화음, 엉뚱함 그게 사실 우리들의 본모습이다. 그래서 우린 아마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본능, 본모습을 이 프로에서 많이 보여줄 것 같다. 그게 하나의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은데 우린 포장된 사람들이고 그게 까졌을 때 보여지는 본 모습들이 더 신선하고 새롭고 때로는 그게 웃음을 유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이미숙은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서툰 게 많을텐데 잘 봐달라. 시국도 그렇고 우울한 일들이 많은데 우리로 인해서 한 번 웃을 수 있으면 그게 우리들한테 큰 용기가 될 것 같다. 귀엽게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여배우들의 화끈하고 살벌한 이야기가 펼쳐질 ‘하숙집 딸들’은 14일 오후 11시 1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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