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지시…배후는 朴?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경영승계를 지원한 의혹을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했다. 특검 첫 신병확보 대상이다. 정부 관여가 불거지며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죄’ 규명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31일 발부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29일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토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문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작년 5월 삼성이 경영승계 핵심 포석으로 지목된 합병계획을 내놓자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전무했던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해 총수일가는 득을 보고, 일반 주주는 물론 2대 주주 지위에 있던 국민연금(당시 지분율 11.21%)조차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복지부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홍완선 전 본부장이 주관하는 내부 투자위원회 논의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특검은 기금운용 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 간부, 홍 전 본부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 전 장관이 사실상 합병 찬성을 종용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도 적시됐다. 국회는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합병 찬성에 힘을 싣도록 박 대통령 등 청와대로부터 지시받거나, 국민연금에 지시한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문 전 장관을 특검에 고발했다. 문 전 장관은 조사과정에서 ‘합병에 찬성하라’고 국민연금에 지시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보유 지분평가액이 각각 1조2000억원 안팎으로 비등했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깎아내려 손실을 자초했다고 보고 업무상배임 책임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추가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구속한 문 전 장관을 상대로 박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여부 등 합병 찬성 지시 ‘배후’를 규명할 방침이다. ‘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왜곡 구조가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삼성이 미르 ·K스포츠재단에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하고, 비선실세 일가에 94억여원을 특혜지원해가며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경영승계’ 지원을 맞교환한 ‘부정 청탁’의 유력 정황이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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