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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했던 선수 황동일,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5년 지킨 코트와 작별, 37세 베테랑의 마지막 인사

조아라유 0

“부족했던 저를 격려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OK금융그룹 1년차 세터코치’로 새롭게 출발한다. 황동일이 배구인생 제2막을 연다. 황동일은 지난 1일부로 OK금융그룹 감독으로 취임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황동일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 출신으로 2008-09시즌 남자부 신인왕 출신이다. 황동일은 V-리그 최초의 기록을 남긴 선수인데, 그 기록은 바로 V-리그 7개 구단 유니폼을 입어봤다는 것이다. 황동일은 다섯 번의 트레이드, 한 번의 방출 및 테스트를 거쳤다. 우리캐피탈(現 우리카드) 지명을 시작으로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대한항공-삼성화재-현대캐피탈-한국전력-OK금융그룹 순으로 머물렀다.



사진(용인)=이정원 기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악착같이 버텼고, 그 결과 V-리그 통산 399경기 731점, 세트당 평균 6.281세트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제 황동일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그의 새로운 역할은 이민규, 곽명우, 강정민으로 꾸려진 OK금융그룹 세터진의 기량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세터 코치. 100%가 아닌 200% 힘을 쏟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황동일 코치를 만나고 왔다.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황동일 코치는 “프로 15년 생활을 마치고 오기노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기대도 크다. 지난 시즌 끝나고 구단에서는 플레잉코치를 제안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1년 더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큰 미래를 봤을 때는 동생들의 기량 발전에 힘을 쏟는 게 낫다고 봤다. 이제는 세터 코치로서 정민이, 민규, 명우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15년 프로 생활을 마감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든든한 동반자인 와이프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황동일은 “아내랑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도 미래를 준비해야 될 것 같다’라고 했더니, 아내도 일을 하겠다고 하더라. 금전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내도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크고, 고마운 마음도 크다”라고 말했다.



사진=KOVO 제공

 

 

이어 “아내와는 지금도 같이 성장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제 은퇴를 하고 코치진에 합류한다고 하니까, 나의 선수 생활 영상을 보면서 뭉클해 하더라. 아직도 카톡 프로필이 나의 마지막 경기 서브 포인트 장면이다”라고 웃었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쉬움을 넘을 기대가 크다. 언제나 벼랑 끝 심정으로 있었던 황동일은 늘 “난 행운아”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트레이드 대상이 계속되다 보니 매년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늘 지도자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전력 2년차 되는 시점에 제대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라며 “황동일이라는 사람, 선수가 이 정도 커리어를 쌓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난 아쉬움보다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프로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황 코치는 “삼성화재에서 방출되고 현대캐피탈에서 테스트 기회를 주고 계약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최태웅 감독님에게 많은 걸 배웠다”라며 “두 번째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 현대캐피탈전에서 서브 득점을 한 게 기억이 난다. 지난 시즌에 아내도 일을 준비하다 보니 경기장에 많이 못 왔다. 그런데 그날은 느낌이 이상했다. 아들도 배구를 하고 있는데, 선수로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모두 다 오라고 했다. 그랬는데 내가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가 서브 득점을 올리고 가족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라고 미소 지었다.



프로 마지막 경기가 된 2023년 3월 18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서브에이스 기록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일본에서 넘어온 오기노 감독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제는 베테랑 세터가 아닌 막내 코치다. 모든 게 새롭고, 어렵다. 그래서 황동일은 선수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구에 쏟고 있다.

황동일 코치는 “지금은 감독님이 추구하는 배구를 접목시키고, 고정화시키고, 세분화된 훈련을 하는 시점이다. 최근에 이시카와가 ‘일본은 어떤 강팀을 만나도 우리만의 배구를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감독님 스타일도 그렇다. 어떤 스타일로 배구를 하겠다는 그 스타일이 확실하게 구축되어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눈빛도 다르다.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의욕이 있다”라며 “나 역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선수들을 위해 뛰어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글로도 적어보고, 또 준비한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섯 번의 트레이드, 한 번의 방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황동일 코치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황동일 코치는 “결국엔 선수 본인이 책임지고 해야 된다. 선수들이 여기 코트에 왜 서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코트에 서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다. 만약 지금까지 ‘이 정도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한 선수가 있다면 단호하게 정리될 수밖에 없다. 뭘 해야 되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에이스라 해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끝으로 황동일 코치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사진=KOVO 제공

 

 

“제가 잘하지는 못했지만 잘하지 못한 걸 알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늘 노력했습니다. 15년 하면서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믿음에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팬분들께서 손가락질보다 따뜻한 격려로 맞이해 주셨습니다. 인간 황동일, 배구선수 황동일 많이 부족했지만 팬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모든 걸 쏟겠습니다. 누구보다 한 발 더 뛰어서 포옹하겠습니다. OK금융그룹을 정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팀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오기노 감독의 많은 가르침 속에 성장하겠습니다.”

프로 마지막 팀이자 자신의 코치 첫 팀이 된 OK금융그룹에도 고마움을 전한 황동일 코치, 그의 배구 제2막은 어떨까.
 

기사제공 MK스포츠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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