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이과인이 이상하다. 이탈리아 세리에 A 득점왕답지 않다. 이과인은 지난 시즌 42경기에 출전해 38골을 넣었다. 리그에선 36골(35경기)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은 행보가 더디다. 2016-2017 이탈리아 세리에 A 열 경기를 치른 현재 여섯 골로 득점 선두 에딘 제코에 네 골 뒤진 공동 4위에 위치해 있다. 최근 부진은 더하다. 리그에서 313분 동안 득점이 없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엠폴리전에서 멀티 골을 터트린 이후로 무려 네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유벤투스는 7골을 터트렸다. 이중 이과인의 지분은 없다.
시간도 기회도 충분했다. 최근 세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그런데 골 결정력은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탯이 말해준다. 이과인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5.2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은 절반(2.9개)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슈팅 정확도마저 45.6%에서 41.4%로 떨어졌다. 슈팅 수 자체가 준데다, 정확도마저 떨어지니 골 결정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효 슈팅 전환율(19.8%→ 20.7%)이 소폭 늘었지만, 슈팅이 적어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리그 경기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와 교체된 지 9분 만에 골을 넣으며 피오렌티나전 승리를 이끌었다. 세리에 A에서 그의 먹잇감이나 다름없던 라치오를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이과인은 라치오를 상대로 6경기에서 11골을 기록 중이었다. 그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그가 25분만을 뛰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과인에게 쏠린 라치오 수비진의 견제로 인해 사미 케디라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이과인은 이어진 사수올로전에서 전반 10분 만에 두 골을 넣으며 왜 유벤투스가 자신에게 세리에 A 최고 이적료를 지불했는지 몸소 증명했다.
이때까지 이과인은 39분마다 한 골을 넣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유일한 실패는 인터 밀란과 치른 리그 4라운드 ‘이탈리아 더비’에서 이과인을 늦게 투입한 것일 정도로 그는 기대치에 부응해 나갔다. 나흘 전 열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세비야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이과인은 후반 29분에야 잔디를 밟았다. 추가 시간이 6분이나 주어졌지만 에네르 바네가의 퇴장과 사미르 한다노비치 골키퍼의 경고를 불사하면서까지 버틴 인터 밀란을 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유벤투스는 이날 리그 첫 패를 당했다.
어쨌든 이과인은 인터 밀란전 이후 네 경기에서 네 골을 넣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의 득점 행진은 엠폴리전을 마지막으로 끊겼고 현재까지 300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한 골을 넣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배(39분→ 66분)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치렀던 AC 밀란전 부진은 그를 향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이과인은 이전만큼 빠르지 않았고 동료들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알레그리 감독의 전술 운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의 전술이 이과인과 맞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최전방 운용이다. 알레그리 감독은 유벤투스 부임 이후 3-5-2 포메이션을 메인으로 쓰고 있다. 측면보다 중앙에 무게를 둔 포 백을 주로 썼던 AC 밀란 시절과는 다른 운용인데, 유벤투스에선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의 체제를 계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논란은 투 톱 기반의 최전방 운용이 이과인을 쓰는데 실이 크다는데 있다.
유벤투스의 이과인은 나폴리에서와 다르다. 나폴리에선 4-3-3 포메이션의 원 톱 공격수로 기능했다. 측면의 지원을 받았어도 혼자 해결하는 부분에선 선수 본인의 몫이 컸다. 그러나 유벤투스에선 다르다. 파트너로서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나폴리에서보다 잦을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에선 이기보다 이타가 요구된다. 상황에 따라 상대의 스타일에 자신을 맞추거나, 스스로가 상대의 스타일을 이용해야 하는 절묘한 조절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벤투스의 이과인은 아직 투 톱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알레그리 감독이 이과인의 파트너를 계속해서 바꾼다는 데 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과인의 파트너는 고정되지 않았다. 때론 파울로 디발라, 때론 마리오 만주키치와 발을 맞췄다. 체력 안배 등 많은 것을 고려한 알레그리 감독의 선택은 이과인에게 마냥 플러스가 되진 못했다. 이름값에서 누구 하나 주전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세 선수를 섞어 쓰는 통에 경기의 연속성이 끊긴다는 것도 문제다. 9000만 유로의 이과인도, 바이에른 뮌헨 출신의 만주키치도, 세리에 A 도움왕 출신으로 지난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인 디발라도 한 번씩은 돌아가며 벤치에 앉는다.
최근 투 톱의 불협화음 문제는 이과인이 골을 넣지 못한 UCL 디나모 자그레브전과 리그 삼프도리아전에서 불거졌다. 이과인은 자그레브전에서 71분을 뛰었고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지만 디발라와는 패스를 나눠보지 못했다. 디발라 역시 이날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 최우수 선수에도 선정됐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두 선수 사이의 협업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이는 디발라의 도움 능력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두 선수의 유기성과는 별개로 유벤투스는 자그레브를 4-0으로 대파했다.
가장 최근의 삼프도리아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과인은 만주키치와 선발로 투 톱을 이뤘다. 심지어 둘 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주고 받은 패스는 한 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주키치는 미랄렘 퍄니치의 도움을 받아 골을 기록했다. 유벤투스는 삼프도리아를 4-1로 완파했다. 이과인은 외롭게 침묵했다. 이과인은 과거 카를로스 테베스와 알바로 모라타, 그리고 지난 시즌 디발라와 만주키치가 어우러낸 시너지와 인화력을 다른 두 선수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즌 두 번째 패배를 안은 AC 밀란전에서 이과인이 디발라와 함께 니어 포스트로 나란히 돌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과인과 만주키치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두 선수는 서로의 롤을 대체하는 식의 로테이션으로 디발라와 짝 지워지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과인의 대체 자원으로 영입된 아르카디우시 밀리크가 꽤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마우리시오 사리 나폴리 감독의 전술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리 감독의 4-3-3 포메이션은 AS 로마의 2-0-8 전술로 유명했던 즈네덱 제만 FC 루가노 감독의 4-3-3보단 온건하다. 형태는 달라도 AC 밀란 시절 아리고 사키 전 감독의 4-4-2 포메이션만큼 조직적이었다. 지난 시즌 나폴리는 세리에 A에서 볼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이었다. 수많은 패스가 오가는 유기적 조직 속에서 비단 이과인뿐 아니라 호세 카예혼·로렌초 인시녜(이상 13골)·드리스 메르턴스(11골) 등 많은 선수들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 밀리크의 활약을 보면 사리 감독의 전술이 비단 이과인에게만 이득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밀리크는 A매치 주간에 무릎 부상을 입기 전까지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치른 다섯 경기에서 여섯 골을 넣으며 이과인의 향수를 완벽하게 지웠다.
이과인이 처한 문제는 비단 최전방 운용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축구라는 게 영역 전체를 미분해 원인을 좁힐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방부터 2선까지의 지원이 뒷받침 될 때에 최전방도 힘을 받는다. 쓰기 까다로운 폴 포그바가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지원을 받아 날아다닐 수 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에르나네스·마리오 레미나·콰드로 아사모아 같은 선수로는 마르키시오가 했던 궂은일을 완벽히 대체하기 힘들다. 마르키시오가 오랜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로 복귀한 최근 삼프도리아전에서 유벤투스는 AC 밀란전에서 잃었던 강성함을 단기에 회복했다. 유벤투스가 여름이적 시장 막판까지 악셀 비첼과 블레이즈 마튀디 같은 ‘하드 워커’를 노렸던 이유도 4월에 아웃된 마르키시오를 대신할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마르키시오 중심으로 미드필드가 재편될 경우 수혜 범위는 이과인까지 확대될 공산이 크다. 우선 마르키시오의 복귀로 유벤투스의 첫 번째 선택은 마르키시오-퍄니치-케디라로 자연스럽게 대체됐다. 이는 보다 분업이 명확한 미드필더 조합으로 퍄니치의 공격적 재능과 케디라의 멀티성을 살릴 수 있는 구성이다. 삼프도리아전에서 유벤투스는 세 선수의 조합을 되찾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되찾았다는 표현은 오류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퍄니치와 마르키시오는 초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선수는 첫 결성부터 꽤 많은 것을 해냈다. 알레그리 감독은 경기 후 “마르키시오의 전술 이해도는 단연 최고다. 우린 오늘 볼을 더 빠르게, 많이 실어 날랐다”라고 마르키시오 가세 이후의 팀의 변화를 언급했다. 유벤투스의 패스 회로는 더욱 빨라졌고, 상대에 대한 압박 강도는 보다 거세졌다. 마무리 패스의 횟수가 늘어난다면 이과인 또한 투 톱에 대한 의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주전 센터백인 안드레아 바르찰리는 “우리는 이과인에게 볼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과인 본인의 키 패스도 나폴리 시절(경기당 1.5개→ 0.6개)보다 확연히 줄었는데, 이는 그가 포함도니 투 톱에 악순환이 되고 있다.
이과인은 오는 30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간)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친정팀 나폴리와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유벤투스는 나폴리에 승점 4점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세리에 A 초반 선두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유벤투스로서 그것만큼 중요한 건 이과인의 부활이다. 이과인은 나폴리를 떠날 때 나폴리 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들었다. 나폴리는 그가 다시 최고의 선수로 부활할 수 있었던 ‘재활 공장’ 같은 곳이었다. 그 공장을 이과인이 다시 찾는다. 이과인이 친정 팀을 상대로 모든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글=임기환 기자
기사제공 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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