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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점 쫓다가 '월권' 심판대 서다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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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부정부패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던 소년의 포부로 검사가 된 그는 30여년이 흘러 각종 범죄 혐의로 얼룩진 ‘엘리트 검사의 민낯’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손꼽히는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마지막 타깃으로, 그의 단죄 여부는 특검의 ‘성패’를 가늠하는 한 잣대이기도 하다.

우 전 수석은 21일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특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모두 4개 혐의를 적용해 우 전 수석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법정에서 주장한다. 특검은 그의 ‘월권 행위’와 관련한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급 5명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도록 외압을 넣고,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가 CJ E&M을 털라는 청와대 지시를 어겼단 이유로 강제 퇴직시키도록 힘을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내사를 방해하고, 특별감찰관실을 와해시키도록 했다는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받는다. 무엇보다 그가 최씨의 국정농단 정황과 비위를 포착하고도 묵인ㆍ방조한 혐의(직무유기)가 입증될지에 국민의 시선이 쏠린다. 그는 지난해 말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최씨 측 국정농단을) 좀더 세밀히 살펴서 예방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자신의 무능함을 내세웠지만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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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전 수석은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찰에서 내로라하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초임 근무를 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을 지냈다. 2009년 4월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노 대통령 서거로 책임론도 일었지만 그는 사적인 ‘내상’만 입었다. 이후에도 요직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과 수사기획관을 연이어 맡았다. 수사실력과 감각이 탁월한 ‘특수통의 전형’이라는 게 검찰 조직내의 평가였다. 그를 일컬어 ‘깁스’라면서 “뻣뻣하고 싸가지가 없다”며 싫어했던 검사들도 수사실력만큼은 인정했다. 

거기까지였다. 동기 중 톱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검찰의 꽃’인 검사장 탈락이라는 예상치 못한 인사에 2013년 옷을 벗고 ‘야인’이 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였다. 야당이 날을 세우는 인사라서 배제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검사장이 되기엔 인간성이 문제라거나 처가에 너무 돈이 많다는 얘기들도 나왔다.

그러다가 청와대의 러브콜을 받고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며 검찰에서 못 이룬 꿈을 청와대에서 펼칠 기회를 잡았다. 이어 검찰의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을 잘 관리하며 대통령의 인정을 받았고, 2015년 2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됐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순실씨 입김 의혹 등 뒷말이 무성했지만, 김기춘(78ㆍ구속기소)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지명했다”고만 증언했다. 우 전 수석과 그의 장모는 최순실씨와 골프를 함께 칠 만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 전 수석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 정권 실세가 되면서 우 전 수석은 자신의 측근들을 검찰 요직에 앉히며 속칭 ‘우병우 사단’이란 말과 ‘역대 최고의 민정수석’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권력을 과시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며 칼을 잡았던 그는 권력 남용과 비리 방조를 의미하는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칼을 맞을 위기에 처했으니 운명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에게는 이제 권력과 명예만 쫓고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영혼 없는 지식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게 될 전망이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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