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산에는 왕조의 기운이 느껴진다.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창단 이래 첫 한국시리즈 2연패 위업을 달성, 본격적인 왕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1 완승, 4승 무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5회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21년 만에 이룬 통합우승이다.
두산은 전신 OB시절이던 프로 원년부터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 비해 최강팀으로 군림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올해 전까지만 해도 두산은 한 번도 연속 우승이 없었다. 우승과 우승 사이의 간격도 매우 길었다.
이제 두산에는 왕조의 기운이 느껴진다. 역대 프로야구를 살펴보면 일정 기간 여러 차례 우승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왕조들이 있었다. 1980~90년대는 전설의 해태 타이거즈(현 KIA)가 있었다. 2000년대는 현대, SK, 삼성 등이 명맥을 이어갔다.
두산은 지난해 삼성 왕조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며 무려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3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이변의 우승에 가까웠다. 당시 삼성이 주축 선수들의 원정 도박파문 후유증으로 전력누수를 겪어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두산 왕조의 서막을 알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두산은 올 시즌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초반부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정규시즌 93승을 차지하며 지난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91승을 뛰어넘는 최다승 기록을 수립했다. 2위 NC와의 게임차는 무려 9경기.
평균자책점(4.45)과 팀 타율(0.298) 홈런(183개) 타점(877개) 득점(935개) 등 공수 주요부문 기록들도 두산의 싹쓸이였다. 특히, 두산이 자랑하는 막강한 선발진 4인방(니퍼트-보우덴-유희관-장원준)이 모두 15승 이상 기록하며 70승을 합작하는 기염을 토한 것도 역대 기록이었다. 그야말로 역대 프로야구 왕조들을 뛰어넘는 최강팀의 반열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김태형 감독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KBO의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 연합뉴스
두산의 막강한 질주는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정규시즌에서 두산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고, 상대 전적도 9승7패로 비교적 대등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났다. 두산은 선발 싸움에서 NC를 완벽히 압도했다.
1차전 니퍼트(8이닝 무실점)를 시작으로 2차전 장원준(8.2이닝 1실점), 3차전 보우덴(7.2이닝 무실점) 4차전 유희관(5이닝 무실점)까지 완벽한 호투로 NC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8명이나 엔트리에 포함된 불펜투수 중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밟은 것은 이용찬과 이현승 뿐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저 투수 기용 기록이다.
NC는 두산 마운드를 상대로 4경기에서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득점인 단 2점을 뽑는데 그쳤다. 4연승으로 시리즈가 끝난 것은 통산 7번째지만 내용 면에서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일방적인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KBO의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두산 사령탑으로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1995,2001) 두 번째다.
두산의 강점은 두꺼운 선수층이다. 역대 왕조들도 항상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는 주축 선수들의 이적이나 해외진출 등으로 항상 전력누수를 겪었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해 우승 이후 FA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현수(볼티모어)의 공백에도 지난해보다 더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두산의 자랑인 화수분 야구는 모든 포지션에 주전과 백업의 구분이 없는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앞으로도 두산의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기사제공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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