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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 증거채택에 朴대통령 측 '발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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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변호인단 이중환 변호사가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수첩 사본을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자 박근혜 대통령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수첩엔 안 전 수석이 받아적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수첩이 탄핵법정에 나올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박 대통령 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전날 변론기일에서 증거로 채택된 안 전 수석의 수첩 사본 일부를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이의제기 신청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은 이 수첩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안 전 수석의 검찰 신문조서도 증거로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의 수첩 11권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이 수첩을 이용해 이뤄진 신문조서도 증거로 쓰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수첩 17권 중 11권은 안 전 수석이 아닌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의 혐의에 관해 수사하다 확보한 물건이므로 압수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이 수첩엔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출연금 모집 등에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작성된 메모엔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모집은 청와대와 재계의 협의 아래 이뤄졌으며, 청와대는 재단의 사업에 협조한 것으로 정리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할 당시 SK의 면세점 사업 등 현안을 거론했다는 내용의 메모도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원칙 위반 △대통령의 권한남용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등 탄핵사유와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 측도 이같은 가능성을 의식하고 안 전 수석의 수첩이 탄핵 법정에 나올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헌재가 증거채택 결정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는 전날 변론기일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 사본 중 검찰 수사와 헌재 심리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직접 확인한 부분만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설명했다. 본인 확인을 거친 내용만 증거로 채택함으로써 증거수집 과정에 대한 논란을 피하고 탄핵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탄핵심판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재판관회의를 하면서 여러 법률문제에 대해 치밀하게 합의해 왔다"며 "증거채택의 원칙도 누차 논의된 결과이며, (재판관 사이에) 아무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사본이 증거로 채택된 후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보좌관이 갖고 있던 수첩 11권은) 영장 없이 압수됐다"고 반발하자 강 재판관은 "그건 형사재판장에 가서 다투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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