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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브 V리그③] 역대 최고로 꼽히는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

프로 스포츠에서는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FA 제도가 활성화된 요즘엔 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검증된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난 2017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영입했고 박정아와 함께 한 6시즌 동안 2번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다. 이처럼 박정아는 FA 영입의 최고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선수 대 선수, 선수 대 신인지명권, 때로는 선수 대 현금이 오가기도 하는 트레이드 역시 전력보강의 좋은 수단이다. 이소영(KGC인삼공사)과 강소휘라는 최고의 토종쌍포를 거느리고도 미들블로커가 약해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던 GS칼텍스 KIXX는 지난 2019년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한수지를 영입했다. 그리고 GS칼텍스는 한수지 영입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0-2021 시즌 프로 출범 후 세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가장 깔끔하고 미래지향적인 전력보강의 수단은 역시 신인 드래프트다. 물론 김연경(흥국생명핑크스파이더스)처럼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리그의 판도를 바꿔 버리는 대형신인은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잘 뽑은 신인은 최소 수년 간 팀의 기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프로 원년부터 작년까지 총 19번에 걸쳐 시행됐던 신인 드래프트 중 '역대 최고'로 꼽히는 해는 단연 지난 2007-2008 시즌이었다.

수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드래프트 '풍년'


 

▲  배유나는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50% 확률을 가진 KT&G가 아닌 35%의 GS칼텍스에 지명됐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신인 드래프트 풍년'에 대한 평가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 '가장 위대한 선수가 배출된 시즌은 언제인가'를 기준으로 두면 '배구여제' 김연경이 등장했던 2005-2006 시즌을 능가하는 드래프트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 해 데뷔한 선수들 중에서 프로무대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던 선수는 김연경과 김수지(흥국생명), 그리고 도로공사와 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이재은 세터(대구시청) 정도 밖에 없다.

V리그 여자부의 여섯 번째 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창단을 선언하면서 참가했던 2010-2011 시즌의 신인 드래프트도 엄청난 풍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세 학교의 졸업생들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서울 중앙여고와 박정아의 부산 남성여고, 최은지의 진주 선명여고를 지명했다. 그리고 기업은행 없이 진행된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수원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의 표승주가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기업은행에 지명된 10명의 신인 선수들은 기업은행의 창단이 늦어지면서 프로 데뷔가 1년 미뤄졌지만 김희진과 박정아는 세 번의 챔프전 우승을 합작하면서 기업은행을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로 이끌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멤버 표승주도 현재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하고 있고 최은지(GS칼텍스)와 김유리, 이나연 세터(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수년 간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바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볼레로 르 꺄네)으로 이어지는 쌍둥이 자매와 하혜진(페퍼저축은행), 전새얀(도로공사), 김하경 세터(기업은행)가 나온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도 각 포지션 별로 좋은 선수들을 골고루 배출했다. 하지만 2021년 학교폭력 사태로 인해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리그에서 퇴출됐고 3순위 하혜진도 작년 어깨수술을 받고 2022-2023 시즌을 통째로 거르며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의 불운이 이어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최고로 꼽힌다.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이주아(흥국생명)와 정지윤(현대건설), 박은진, 박혜민, 고의정(이상 인삼공사), 문지윤(GS칼텍스) 등 각 팀의 주력선수들이 대거 배출됐다. 하지만 그 어떤 신인 드래프트도 V리그 역사상 최다득점 선수와 4개의 우승반지를 보유한 '배구천재' 그 밖에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던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기록여왕' 양효진-'4회 우승' 배유나 배출


 

▲  입단 당시 '키만 큰 선수'로 불리던 양효진은 현재 V리그 여자부 최다득점과 최다블로킹 기록보유자가 됐다.
ⓒ 한국배구연맹

 

 


 
2007-2008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과 배구 팬들의 관심은 한 곳에 집중돼 있었다. 바로 한일전산여고 2학년 때부터 성인 대표팀에 선발됐던 '천재소녀' 배유나(도로공사)였다. 2006-2007 시즌 최하위였던 KT&G 아리엘즈(현 인삼공사)는 50%의 확률을 가지고 있었지만 35%의 GS칼텍스에게 1순위 지명권을 빼앗겼고 배유나는 KT&G가 아닌 GS칼텍스에 입단해 오늘날까지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배유나를 GS칼텍스에 내준 KT&G는 2순위로 180cm의 신장을 가진 경남여고의 아웃사이드히터 이연주를 지명했다. 이연주는 2년 차 시즌부터 꾸준히 KT&G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지만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 협상이 결렬되며 팀을 떠났다가 2017-2018 시즌에 잠시 복귀했다. 3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대구여고의 아포짓 스파이커 하유정(개명 전 하준임)은 프로에서 미들블로커로 변신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스틸픽(낮은 순위에서 뽑힌 선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스타로 성장하는 것)'은 단연 현대건설에서 뽑은 전체 4순위 양효진이었다. 양효진은 프로 입단 당시 그저 키만 크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로 평가 받았지만 고 황현주 감독의 지도 아래 기량이 일취월장하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양효진은 현재 여자부 역대 최다득점(7479점)과 최다블로킹(1529개) 기록을 보유한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낮은 순번에 선발된 선수들 중에도 주전급 선수가 많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5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나희(개명 전 김혜진)는 미들블로커로는 작은 신장(178cm)에도 10년 넘게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에 입단해 인삼공사에서 전성기를 보낸 백목화(대구시청)는 강한 서브와 과감한 공격, 안정된 수비를 겸비하며 수 년 동안 인삼공사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했다. 

사실 최근 여자부에서는 2014-2015 시즌의 이재영, 2018-2018 시즌의 이주아, 박은진, 정지윤 정도를 제외하면 입단하자마자 주전으로 활약하는 '특급신인'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많은 배구 팬들이 2023-2024 시즌 1순위가 유력한 한봄고의 김세빈(188cm)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젊고 능력 있는 유망주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리그의 재미는 물론이고 한국 여자배구의 경쟁력도 더욱 높아진다는 점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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