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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원망? 선택 따르는 게 선수"…예비 FA 거포, 자존심보다 팀이었다

조아라유 0
▲ 양석환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감독님을 원망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선택에 따르는 게 선수니까 흔쾌히 알겠다고 했죠."

두산 베어스 거포 양석환(32)은 지난 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승부처에 대타로 교체됐다. 중심타자라면 당연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6-7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양석환 타석이 왔는데, 이승엽 두산 감독은 대타 이유찬 카드를 꺼냈다. 번트를 대서 주자를 2루로 보내고 다음을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평소 이 감독이라면 양석환에게 강공을 맡겼을 것이다. 양석환은 당시 2안타를 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양석환이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전 3-4로 뒤진 9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잔상이 자꾸 남았다. 번트를 더 잘 댈 수 있는 타자 이유찬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은 이유다.

결과적으로 작전은 통했다. 이유찬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강승호의 중전 적시타가 터져 7-7 균형을 맞췄다. 이후 박계범 타석에서 3루수 땅볼 포구 실책이 나온 덕에 8-7로 끝내기 승리했다. 이 감독은 실패로 끝났다면 큰 비난을 감수해야 했을 작전에 성공한 뒤 안도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감독은 경기에서는 오직 승리만 생각했지만, 중심타자 출신이기에 양석환의 자존심이 다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충분히 인지했다. 대타 교체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양석환에게 직접 가서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을 정도. 양석환은 그런 사령탑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양석환은 "결과적으로 그 경기를 이겼다. 감독님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양)의지 형처럼 더 존재감을 보여주는 선수였다면 교체가 안 됐을 것이다. 감독님을 원망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주에 부산에서 사실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감독님도 그런 선택을 했다 생각한다. 뒤에 좋은 선수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되돌아봤다.

이어 "감독님께서 대타 내기 전에 오셔서 '미안한데 상황상 교체해야겠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그 상황에 내가 치겠다고 억지를 부릴 수도 없다. 치겠다고 했다가 안 좋은 결과가 있으면 독박을 써야 하지 않나(웃음). 감독님의 선택을 따르는 게 선수니까 흔쾌히 알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양석환 ⓒ 연합뉴스
▲ 양석환 ⓒ 연합뉴스
 



양석환은 대타 교체 사건이 "자극이 되진 않았다"고 했지만, 성적은 그날 이후로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득점권에서 꾸준히 타점을 올리며 최근 6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는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8-3 대승을 이끌었다.

양석환은 경기 뒤 "올 시즌 내내 득점권에서 안 좋았다. 오늘(17일)은 그래도 기회마다 중요한 점수를 내는 안타를 쳐서 기분 좋다. 좋은 타격 사이클인 것 같다. 안 좋았을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좋아진 것을 나도 느낀다. 이 감을 길게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양석환은 두산에서 누구보다 동료들의 좋은 일에 앞장서서 축하하는 선수다. 강승호가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KBO 최초로 홈런-3루타-2루타-단타를 순서대로 치는 리버스 사이클을 달성했을 때, 두산이 지난 7월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달성했을 때, 곽빈이 생애 첫 10승을 달성했을 때, 지난 14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주장 허경민이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 등등 언제나 양석환은 양손 가득 물통을 들고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동료들을 가장 뜨겁게 축하해줬다. 이제는 양석환이 그런 축하를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돼야 두산이 시즌 막바지 5강 싸움에 더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양석환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누구보다 나서서 축하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팀 선수들을 축하할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축하하려 하는 것 같다"며 남은 시즌은 더 뜨겁게 방망이를 돌리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만큼 개인과 팀 모두 더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 감독은 최근 팀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11연승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막판 치열한 5강 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 계속해서 극적인 승리로 연승을 달리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선수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양석환은 "어려운 경기들을 계속 이기고 있어서 내가 생각해도 지금이 조금 더 좋은 분위기인 것 같다. 굉장히 중요한 상황에 연승이 나오는 게 체감적으로 더 분위기가 좋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며 시즌 끝까지 뜨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강승호를 축하하려 준비하는 양석환 ⓒ 두산 베어스
▲ 허경민을 축하하는 양석환 ⓒ 두산 베어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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